검찰이 외환은행 매각 당시 매각 주무 TF팀장 전 모 씨를 체포하면서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 검찰은 전 씨가 문제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평가 문건의 작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대검찰청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10일 "전 씨는 외환은행 매각 TF팀장으로 핵심 관계자였기 때문에 당시 매각 과정에 대해 소상히 조사하고 있다"며, BIS 비율 문건에 대해서는 "허 모 차장(사망)에게 미루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당시 허 씨가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 BIS 비율 문건에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16%로 맞춰진 과정에 대한 조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론스타는 사모펀드여서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으나, 허 씨 등이 작성한 문건은 외환은행 BIS 비율 8% 전망에 못 미쳐 부실은행으로 분류돼 론스타에 매각됐다.
하지만 다른 보고서에는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1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당시 문건의 작성 과정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문서 작성자인 허 씨가 사망하면서 영원히 미궁에 빠지는 것 같았던 BIS 문건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전 씨로부터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전 씨가 허 차장의 직속상관이자 TF팀장이기 때문에 문서 작성 경위를 모를 리 없다"며 "전 씨는 이번 수사에 상당히 중요한 인물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 전 씨의 비리가 적발돼 신병을 확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 씨에 대한 수사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전 씨의 '검은 돈 거래'도 주목할 부분이다. 검찰은 전 씨의 '수재' 혐의에 대해 "증거가 있으니까 영장을 청구했다"고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 씨에게 돈을 건넨 외환은행 매각자문 컨설팅사 대표인 박 모 씨의 '계좌'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씨는 외환은행 매각 자문료로 12억 원을 받았고, 6억 원 가량을 50여 개의 차명계좌에 분산 예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차명계좌의 자금 중 일부가 전 씨에게 흘러들어간 증거가 포착된 것이다.
박 씨는 차명계좌에 대해 "절세를 위해 그랬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해명의 진위 여부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박 씨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돈 세탁을 한 뒤 '검은 돈'을 분배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전 씨, 박 씨에 대한 수사가 성과를 얻을 경우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의혹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상이 드러날 수 있다. 전 씨와 박 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초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수사에 나설 방침이었으나,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됨에 따라 조기에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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