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변수가 대선정국 핵심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의 비밀 핵무기 개발 계획이 밝혀진 17일 대선 후보와 각 당은 즉각 논평을 발표하고 사태추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그동안 대북 지원을 `퍼주기'로 비판하면서 상호주의를 강조해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로선 '햇볕정책' 비판을 강화하고 대북정책의 기조변경을 촉구하면서 보수성향의 표결집을 더욱 가속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 정부 대북정책의 계승을 내세워 온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금강산관광 및 대북지원과정에 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는 정몽준 의원 측에게는 지지도에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핵 개발 계획을 인정한 북한의 의도가 아직 분명치 않고, 미-북간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어떻게 풀릴지 아직 가늠할 수 없어 대선정국의 유ㆍ불리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극적 타결을 통해 오히려 남북관계를 급속히 진전시킬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DJ의 대북지원이 핵 개발 지원했다"**
대북 교류협력보다는 군사적 긴장완화를 강조하며 현정부 햇볕정책을 일방적 퍼주기로 규정해 온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로서는 '북핵' 문제를 그간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시켜 주는 명백한 증거로 활용할 태세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17일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비롯한 현대의 금강산 관광 등 대북지원이 결국 북의 핵개발을 지원한 꼴이 됐다"며 김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날 강원도 춘천시 베어스타운에서 열린 한나라당 춘천시지구당 임시대회 및 제16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서 대표는 "대통령의 엄청난 오판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도왔다"며 "대통령은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이 겉으로는 평화적 대화와 북ㆍ일 공조 등을 내세우면서도 아직도 적화통일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국민 몰래 북한을 지원한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정부에 대한 비판강도를 높이면서도 사태 해결책으로는 지극히 신중한 방안을 제시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평화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은 우선 핵개발 의혹에 대한 진상을 국제사회에 낱낱이 밝혀야 하고,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사실을 아는 대로 국민앞에 밝히고, 한·미·일 3국간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서 이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북미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철수 등 경제불안과 안보불안이 심화되어 `동반 책임론' 등 역풍이 불 가능성에 대비한 자세로 풀이된다.
***노무현 "내부위기 조성, 정쟁 대상 안된다"**
북한과의 신뢰를 통한 대북 화해ㆍ협력을 강조해온 민주당 노 후보측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정치쟁점화를 극도로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노 후보는 이날 "우리 내부에서 위기를 조성하거나 불안을 가중시켜선 안되며, 대북정책 흠집내기나 정쟁의 대상으로 악용해서도 안된다"며 "한ㆍ미ㆍ일 공조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 입장을 김현미 부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또한 노 후보측은 북한이 경의선 철도 착공, 신의주 특구 설치 등 그동안 보여온 개혁.개방의 자세로 미뤄 이번에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해결 의사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사태의 추이에 따라서는 미-북 관계 급진전 등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는 기대감 섞인 반응이다.
따라서 화해협력 정책만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북측 의도의 정확한 파악과 대화를 통한 평화해결을 강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민통합 21 "대북관계 원점 재검토 모색해야"**
보수성향이면서도 대북정책에서만은 현 정부의 대북 화해ㆍ협력정책을 지지해 온 정몽준 의원측도 이번 북핵 개발의혹이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 의원 측이 이날 보인 반응은 지극히 원론적인 것이었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이 제네바 협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정부는 미국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북한에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민통합 21'은 "핵개발과 관련된 정보를 국민 앞에 공개하고 차제에 대북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북관계 원점 재검토'라는 고리를 미리 걸어두고 한반도 안보환경이 악화될 경우의 지지도 하락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다.
***사태 추이에 따라 유불리 엇갈려, 섣부른 판단 일러**
이처럼 북핵 변수가 터진 17일 각 정파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 정확한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도 북핵 변수는 대선정국 최대 쟁점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사태추이에 따라 유권자의 표심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태풍으로 발전할 개연성도 다분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 섣부른 판단을 배제해야 할 상황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한반도 위기상황이 조성될 것인지, 아니면 대화를 통한 극적 타결이 이뤄질 것인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미-북 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정세의 흐름을 예의 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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