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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음악가들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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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음악가들은 어디에 있는가?

[한재권의 Mosic & Muvie] 엘레니 카레인드로우에서 윤민화까지

한명숙 총리의 취임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예전에 아버지가 어머니와 다툴 때 곧잘 하셨던 "여자가..."라든가 "여자는...."이라는 말들이 떠올라 묘한 느낌에 젖어들었다. 작금의 세태를 주욱 둘러보다보면 남녀평등이니, 금녀의 분야니, 여성우대주의니 하는 말들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사회, 문화, 예술 각 분야마다 남성과 여성들이 고루 일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대우 자체는 약간씩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역할 분담이나 일의 난이도에 있어서는 그닥 차이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유독 아직까지도 세계적으로 남녀불평등주의가 횡횡히 행해지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영화제작 현장, 그중에서도 연출과 음악 분야에서는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유난히 드물다. 세계적으로 영화감독과 영화음악가들 중 여성의 비율이 고작 3%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열악한 여성 영화인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준 3인의 여성 영화음악가들을 소개함으로써 영화음악도의 길을 걷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그 세 명의 여성 영화음악가는 엘레니 카레인드로우와 레이첼 포트먼, 윤민화다. . 테오 앙겔로폴러스의 뮤즈, 엘레니 카레인드로우 그리스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음악이론을 전공한 후 파리에서 음악철학으로 박사가 된 엘레니 카레인드로우는 1982년 그리스 국영방송과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던 중, 덥수룩한 수염에 고집스럽게 입을 굳게 다문 아저씨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 아저씨가 바로 예술영화감독 테오 앙겔로플러스다.
역사상 가장 예술적인 시선을 가진 영상미학의 대가 테오 앙겔로폴러스와 카레인드로우의 만남은 이후, 세계 예술 영화계에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며 1984년 <시테라섬으로의 여행>을 시작으로 2004년의 <울부짖는 초원>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을 거슬러 둘만의 독특하고 심미안적인 미학 세계를 선보인다. 카레인드로우의 음악은 도저히 제 정신으로는 온전히 볼 수 없을 것 같은 앙겔로폴러스의 영화들에 있어서 아름다운 대사 혹은 음향효과의 역할을 하고 장르를 알 수 없는 미니멀 계열의 음악들은 또다시 영상에 젖어 지루함에 지친 관객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선댄스영화제 초창기에는 단편부문의 최고 졸작을 뽑아 그 벌칙(?)으로 앙겔로폴러스의 영화 2편을 쉬지 않고 관람케하는 엽기적인 이벤트도 있을 정도였다....) 두 사람이 콤비를 이루어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안개 속의 풍경>(1988)의 OST는 예술음악 전문 레이블 ECM을 통해 발표되어 아직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학의 엄춰선 걸음걸이>, <율리시즈의 시선> 등의 앙겔로폴러스 걸작 영화들의 OST들은 좀 더 진지한 방향의 영상음악 공부를 위한 필청 음반으로 인식된다. 엘레니 카레인드로우는 그리스라는 다소 생소한 문화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다보니 앙겔로폴러스 작품 외의 다른 활동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식전후 행사의 음악감독직을 맡으며 다시 한번 세계를 감동시켰던 화려한 전력도 있다. . 현재진행형의 여성거장, 레이첼 포트먼 1997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엠마>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오스카를 품에 안은 레이첼 포트먼은 원래 영국 출신으로써 연극무대를 통해 데뷔를 하게 된 케이스다. 그녀를 영상업계로 발탁하게 된 사람은 다름아닌 RSC(Royal Shakespeare Company) 출신의 배우 겸 감독 케네스 브래너. 그는 이미 여러 번의 공연을 통해 캐릭터의 심리와 셩격을 고스란히 표현해내는 그녀의 반짝이는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TV 출연작의 연출가에게 그녀를 적극 추천했을 뿐 아니라 브래너는 감독 데뷔 작품도 그녀와 함께 했다.
결정적으로 레이첼 포트먼이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던 건 1993년 할리우드 데뷔적이었던 제리미아 체직 감독의 <베니와 준>을 통해서였는데, 로맨틱코미디가 가진 가벼움을 음악으로 따뜻하게 끌어안으며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것. 이후 섬세한 심리묘사와 다소곳한 인간 군상을 그리는 드라마가 제작되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그녀의 이름이 거론되었고, 현재 4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할리우드 최고의 거장 여성 영화음악가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최근작인 <맨츄리안 캔디데이트>에서는 스릴러적인 요소마저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거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항상 현재진행형인 열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 국내 영화음악계의 거의 홍일점, 윤민화 대학 시절 작곡을 전공하고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음향을 공부한 윤민화는 귀국 후, 녹음 스튜디오와 광고기획사, 대행사, 프로덕션 등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국내 문화산업과 매체들을 접하게 된다. 윤종찬 감독의 눈에 띄는 데뷔작 <소름>을 통해 2001년 처음으로 대중과 만난 그녀는 이후 곽경택 감독과 <챔피언>, <똥개> 등에서 작업하고, <거미숲>, <싸움의 기술>에 이어, 곧 개봉될 <마이 캡틴 김대출>까지 현재까지는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한 여성 영화음악가로 활동중이다. 물론 <올드보이>,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등에서 음악을 맡은 심현정,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등에서 작업한 김양희 등도 있지만, 이들은 공동작업 혹은 일부 작곡에만 참여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화음악가라는 타이틀을 내걸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는 가정하에서 윤민화를 국내 영화음악계의 홍일점으로 꼽는다.
윤민화의 스타일은 특정 장르 음악과는 무관하게 여러 가지 스타일을 한데 묶는 독특한 재주로 대변될 수 있는데, 작곡자로서보다는 프로듀서로서의 작업이 앞서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 발견되는 장르간 혼합을 통한 색다른 음악으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감독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감독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은 영화 작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다. 드라마를 좇아가기보다는 음악 자체로 영화 안에서 또 하나의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발휘하는 그녀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위에 소개한 세 명의 여성 영화음악가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이 땅의 수많은 영화음악가 지망생 여성들이 자신의 꿈을 버리지 말고 정진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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