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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마법사들

감독,각본 송일곤 | 출연 정웅인, 장현성, 이승비, 강경헌, 김학선 제작 드림컴스 | 공동제작 마법사필름, 전주국제영화제 배급 드림컴스 |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96분 2006년 글 쓰는 일로 따지면, 송일곤의 영화는 구어체보다는 문어체로 이루어진 작업과 가깝다. 그의 영화는 그래서 종종 양미간을 잔뜩 모은 채, 몸 자세를 꼿꼿이하고 봐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의 부조리와 부정직, 불합리를 쉽게 용서하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송일곤의 영화가 피곤하다고 한다. 송일곤의 영화가 지금껏 다수의 관객들로부터 무조건적으로 옹호되고 받아들여지지 못한 건 그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흔히들 '영화제용'으로 불려왔다. 그만큼 그의 영화는 세상에 대한 작가적 고민, 지식인적 고민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낸다. 요즘의 세상은 정직한 것을 싫어한다. 그걸 손해라고 생각한다.
마법사들 ⓒ프레시안무비
정웅인과 장현성 등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에서는 비교적 A급 배우로 분류되는 연기자들을 노 개런티 수준으로 기용해 장장 96분간 '원 테이크 원 컷' 방식으로 찍어 화제가 되고 있는 신작 <마법사들>은 어쩌면 제작방식만큼 무모할만큼 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다. 내용이랄 것도 없다. '마법사'라는 이름의 밴드를 함께 하던 남자 둘, 여자 둘의 친구 네명이 있었는데 그중 보컬을 맡았던 자은(이승비)이라는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떴다. 워낙 음악적 열정이 남달랐던 친구였던지라 남은 친구들은 그 충격으로 흐지부지 밴드를 해체시키고 만다. 그리고 3년이 흐른다. 밴드 멤버 중 한명이었던 재성(정웅인)은 강원도 산골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고 이 카페로 다른 멤버들인 명수(장현성)와 하영(강경헌) 등이 찾아 온다. 그리고 죽은 자은처럼 자신들의 '죽어버린' 밴드에 대한 얘기로 눈물과 한숨, 자책과 비난, 고민의 얘기들이 오간다. 이건 아무리 봐도 재미있는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마법사들>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맛이 만만치 않다. 96분간의 '원 테이크 원 컷'이라는 제작방식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점점 더 보는 사람 자신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 한가운데에, 그러니까 극중 인물들 사이에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래서 이들이 나누는 눈물과 고민이 점차로 자신의 가슴속 응어리와 동일시되는 것 같은 환시 환청을 느끼게 된다. 그점이야말로 바로 이 영화 <마법사들>이 갖는 매력이다. 영화적으로 전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어떤 화려한 작품보다도 오히려 돋보이는 면모를 느껴지는 건 그때문이다. 아마도 그건, 영화라고 하는 것이 원래는 이런 것이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막대한 제작비나 값비싼 특수효과 기술,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 일상의 흔하디 흔한 고민과, 흔하디 흔한 관계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노력과 같은 것이야말로 바로 본연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송일곤이 확인하고 싶은 점은 바로 그 대목인 것으로 보인다. 하기사 아무려면 어떠겠는가. 송일곤이 자본에 타협하고, 관객의 구미에 끌려 다녔다면 총제작비 3억원 규모의 저예산독립영화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그의 이번 영화는 세상에 대해 불쌍해 하고, 그 불쌍한 세상에서조차 버림받은 사람들을 또다시 불쌍해 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여전히 영화적 소수를 지향하고 있는 본인만큼 그의 영화 역시 늘 소수지향의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적 열정과 진성성은 더욱 돋보인다. 송일곤의 영화적 고민 그리고 인간존재의 불안함에 대한 걱정과 근심, 그 철학적 사유가 대중관객들에게 조금씩이나마 확장되기를 바라는 건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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