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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시리아나 Syriana

감독 스티븐 개건 출연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아만다 피트, 제프리 라이트, 크리스 쿠퍼 수입,배급 워너브라더스코리아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27분 | 2005년 영화를 배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영화를 멀리하라는 얘기는, <시리아나>를 보면 100% 체험할 수 있는 말이다. <시리아나>같은 작품을 보다보면 진정으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 구조가 어떻다느니 하는 따위의 얘기보다는 두터운 인문사회과학적 지식과 폭넓은 국제정세 감각이 먼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당신이 지금의 세상을 올바로 인식하고 살아가고 있느냐의 여부는 이 영화를 보면 판단이 선다. 당신이 세상에 대해 무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또한 이 영화를 보면 가늠이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만약 졸음이 쏟아진다면 당신은 그동안 살아온 나날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시리아나>는 각자 모두의 삶과 지금의 세상이 올바로 조우하고 있는 가를 검증하는, 근래에 보기드문 진지한 정치 스릴러다.
시리아나 ⓒ프레시안무비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고리타분한 철학이나 정치학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즈 기자 출신인 감독답게 스티븐 개건은 영화의 이야기를 매우 저널리스틱하게 구성해 놓았다. 그래서 알고보면 매우 다이나믹하다. 스릴러 감도 만만치 않다. 긴장과 서스펜스가 넘친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것을 서로 연결시켜 나가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난독의 텍스트를 읽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는 조금 돌아갈 일이다. 오일 폴리틱스(Oil Politics)란 용어와 그 개념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이 영화가 뚫고 가려는 세상의 진실이 무엇인지 차츰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리아나>는 모두 4개의 에피소드가 따로 전개되다가 결국엔 하나로 합쳐지는, 이른바 '멀티 플롯' 혹은 일종의 '앙상블 드라마'여서 자칫 이야기를 따라 가기가 만만치만은 않다. 그 4개의 에피소드를 구구절절이 소개하는 것은 지나친 친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현재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 갈등과 분쟁이 어디서부터 기인되고 있는 가라는 꼭지점을 향해 맹렬히 치닫는다. 그리고 그 꼭지점에는 석유채굴의 막대한 이권을 챙기려는 미국의 CIA(軍)와 석유재벌(産)이 기고만장한 자세로 앉아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무엇보다, 이 거대한 음모의 '군산복합체'를 보란 듯이 지원하면서 동시에 거기에 기생하고 있는 존재가 다름이 아니라 미국의 현 네오콘 정부라는 점을 폭로해 낸다. 모든 세상의 일이 미국 중심으로, 혹은 마치 그런 것인 양 돌아가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이 영화가 만들어 내는 정서적 파열음, 새로운 개안(開眼)의 느낌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남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석유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두 석유재벌이 합병을 하는 과정에서, 영문도 모른 채 구조조정을 당해 오갈데 없는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 중동 석유채굴 현장의 파키스탄 출신 두 청년이 결국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장면에서는 절로 긴 한숨이 쉬어진다. 결국 지금의 미국을 위협하는 '악마'는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안에 있다는 것이다. 과연 지금의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미국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살아가는 우리는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맹렬한 反美 구호를 담고 있는 <시리아나>같은 영화가 순도 100% 할리우드産이라 것은 아이러니 중에 아이러니다. 물론 이 영화가 직접적인 반미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反부시 정서의 정점에 서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석유 이권을 차지하고 그 이권을 소수의 권력자와 가진 자끼리만 나누려는 진짜 속셈은 감춘 채, 마치 대의를 위하는 것인 양 이라크전을 끌고 가고 있는 현 부시 정부를 향해 영화는 직격탄을 날린다.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예술이라면 <시리아나>는 지금의 평범한 미국민들 마음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분명하게 나타낸다.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바깥 세상에 전하려는 것이다. 매끈한 이미지로 한때 카사노바형 스타쯤으로만 인식돼 왔던 조지 클루니는 이번 영화에서 주요 배역을 맡았을 뿐 아니라 아예 제작까지 해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현 부시 정부의 매카시적 행태를 고발한 <굿 나잇 앤 굿 럭>은 직접 감독까지 한 작품이었다. 조지 클루니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함께 만든 '섹션8'이란 영화사를 통해 고단백의 사회성 드라마를 잇달아 내놓음으로써 진정한 스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의 조지 클루니를 보고 있으면 역사의 발전과 진보는 종종 용감한 소수가 이루어내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조지 클루니는 영화에서 조직에 의해 철저하게 버림받은 전직 CIA 요원 로버트 베어 역으로 나온다. 베어는 결국 뒤늦게나마 자신 역시 그런 정부를 배신하는 것만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고문과 살해의 위협 속에서 마지막 양심의 행동을 실천하려는 베어=조지 클루니의 고뇌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무엇보다 봐야 할 가치가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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