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강보합세 속, <오만과 편견> 선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강보합세 속, <오만과 편견> 선전

[박스오피스] 3월 24~26일 전국 박스오피스

지난 주말의 박스오피스를 보면 봄맞이를 기념,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진 듯이 보인다. 갖가지 영화들이 시장에 나와 한껏 기량들을 펼쳤고, 그럼으로써 아마도 승부에 관한 한 후회들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컨대 이번 한 주가 지나면 또 다시 많은 작품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주말 1위를 차지한 <청춘만화> 같은 작품. <청춘만화>는 일단 개봉 첫 주에 전국 82만여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그 파워는 메이저 배급사가 밀어준 덕이다. 배급사 쇼박스는 이 영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무려 373개의 스크린을 비워줬다. 알고보면 한국영화가 수치상으로만 희희낙낙하고 있다는 것은 박스오피스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치 떨이 장사 하듯 물량공세로 우루루 작품몰이를 함으로써 박스오피스 1,2,3위를 차지하는가 싶지만 그런 영화들 가운데 한 주나 두 주 이상을 가는 작품이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흥행 장기 레이스를 밟은 작품은 <왕의 남자>와 <음란서생> 정도뿐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스크린 독점, 마케팅 독점, 심지어 방송가 버라이어티 쇼를 도배하다시피 하며 마치 무슨 대대적인 작전을 펼치듯 흥행몰이를 해서 '만들어' 나간 경우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청춘만화 ⓒ프레시안무비
안된 얘기지만, 그리고 웬만해서는 하지 않으려고 한 얘기지만, <데이지> 같은 영화가 딱 그런 꼴이다. 전지현이니 정우성이니 하는 온갖 스타를 다 불러 모은 데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촬영하며 폼이란 폼은 다 잡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딱 3주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일설에 의하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다 입이 남대문까지 나온다고 한다. <데이지>를 제작한 아이필름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이어 또 한번 패착을 둔 셈이다. <여.친.소>와 달리 이번에는 슬쩍 시나리오 크레딧으로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면에서는 절대 에누리를 해줄 수 없는 곽재용 감독 역시 또 한편의 졸작을 만든 셈이 됐다. 제작과 관련된 사람들이 잘못 과대망상에 휩싸이게 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영화 <데이지>는 여실히 증명해 낸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매우 높은 작품이다. 지난 주 박스오피스에서는 <오만과 편견>의 선전이 눈에 띈다. 이제 와서 제인 오스틴의 영화를 누가 또 찾겠느냐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지만, 여성들 가운데 의외로 오스틴 골수 팬들이 많다고 믿었던 배급사 UIP의 뚝심 전략이 시장에서 먹혀 들었다. 예상을 깨고 UIP는 이 영화를 전국 150개 스크린으로 벌렸으며 그 결과 전국적으로 20만 정도의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오만과 편견>은 언뜻 보면 특히 요즘 같은 때에 상업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일종의 '문예영화'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전국 20만이라는 수치는 우리 관객들이 요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영화들에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명작은 오래 가는 법이다. 명화 역시 오래가는 법이다. <오만과 편견>은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개봉 첫주에 각축을 벌였던 <브이 포 벤데타><여교수의 은밀한 매력><방과후 옥상> 등은 상영 2주째에도 여전히 끼리끼리 경쟁을 벌였다. 모두들 뒷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제히 하락하는 추세다.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러기에는 새로운 작품들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장기 상영작들도 서서히 종영을 준비중이다. <왕의 남자>는 아무래도 1300만 고지는 조금 힘들 듯 보인다. <음란서생>은 예상대로 260만 정도에서 그칠 전망이다. <메종 드 히미코>는 8만5000명을 넘어섰다. 정말 수고한 셈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역시 아쉽지만 35만 명 선에서 그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됐든 한국 극장가가가 그나마 모양새를 갖춰 온 것은 이들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수를 보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