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이자 영화배우, 라디오 진행자 등 다양한 활동으로 청소년층부터 장년층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최강희가 <와니와 준하>(2001)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너무 많이 본 사나이>를 연출한 손재곤 감독의 신작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사랑스러운 미모 뒤에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있는 미스터리 여인 이미나 역을 맡은 것. 로맨스와 스릴러, 멜로가 뒤섞여 색다른 웃음과 유머를 선사하는 이 영화에서 최강희는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이미나라는 특별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관객들은 그녀의 엉뚱하면서도 엽기적인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기 일쑤다. 1998년 <여고괴담>으로 데뷔한 최강희는 <행복한 장의사>(1999)와 <와니와 준하>(2001) 등 세 편의 영화와 <단팥빵>,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등의 TV 드라마를 통해 귀여우면서도 엉뚱한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해 온 발랄한 신세대 배우다. 이번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그녀는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녀 연기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아직은 젊은 연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최강희는 어떤 역할이든지 자기만의 스타일로 바꿔내는 재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영화 역시 평단으로부터는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살짝' 들떠 있는 최강희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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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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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것 같군요. 4년 만이네요.(<달콤, 살벌한 연인>은 지난 해 촬영했다.) 일부러 안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좋은 시나리오를 기다린 것 같아요. 시나리오는 많이 읽었는데요, 읽은 시나리오 중에는 하고 싶은 게 많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역할은 저한테 안 오고…. 그래서 출연을 못했어요. 근데 이 영화는 시나리오 읽자마자 하기로 결정했어요.
-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끌렸나요? 읽으면서 이상하게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딱 꼬집어서 왜인지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요, 이전에 봐 왔던 것과는 달라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 자극적인 장면도 많은데 다른 영화들과는 좀 다르게 자극적이기도 하고. 상황이 기가 막히잖아요. 읽으면서 너무 통쾌해서 꼭 출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이질적인 장르가 뒤섞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어요. 실제로도 편하게 연기했어요. 저는 몸이 가는 대로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예전에는 영화 속의 인물이 된 척 우울해 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나를 잃어버리는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아서 이제는 그런 '척' 안 해요. 대신 나와 캐릭터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서 연기하는 쪽이에요. 이 영화를 촬영할 때도 그랬어요. 설명은 잘 못하겠는데요, 저랑 주인공인 이미나랑 느낌이 닮은 것 같아요. 이 얘기는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해서 하기 싫은데, 큰 일에는 대범하고 작은 일에 집착하는 성격이 가장 닮았어요. 예를 들면요, 이미나는 옛남자를 처리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범함을 보이면서도 진짜 사랑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매잖아요. 하지만 이미나는 도덕심이 없어요. 그 점은 안 닮았어요.(웃음)
- 웃기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촬영할 때 NG도 많이 났을 것 같구요. 촬영장 분위기가 얼마나 엄숙했는데요. NG 별로 없었어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없어요. 보통 영화 촬영장 가면 끼가 넘치는 사람들이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 영화에는 진지한 사람들만 모인 것 같아요. 손재곤 감독이 시나리오는 굉장히 재미있게 쓰시는데요, 실제로는 너무 진지한 분이에요. 심지어 저하고는 내외하셨어요.(웃음) 저한테 특별히 요구하시는 것도 없었어요. 제가 이렇게 해볼까요? 이건 어때요? 이렇게 물어보면, 아, 네, 좋아요, 그러고 말아요. 한번은 감독님이 "돈 줬으면 연길 해야지. 채찍 가져와!" 하면서 크게 웃긴 적이 있긴 했는데, 대체로 너무 진지한 현장이었어요. 박용우 씨도 영화 속 순진남 황대우처럼 실제로도 너무 진지해요.
- 박용우 씨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요? 너무 진지하고 열심히 하는 분이라 호흡이 안 맞을래야 안 맞을 수가 없어요. 캐스팅되고 나서 처음 감독님과 박용우 씨와 같이 만나는 자리에 박용우 씨가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거에요. "세상에, 키스 신을 같이 찍을 여자를 만나러 오면서 목이 늘어난 저런 옷을 입고 오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였다니까요. 촬영을 계속하면서 보니까, 박용우 씨는 외모를 가꾸거나 그런 데는 신경 별로 안 쓰고 연기를 너무 열심히 하시는 분이더라구요. 많이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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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키스신을 12시간 동안 찍었다더군요? 하루 종일 찍었는데요, 그 장면은 편집에서 잘렸어요.(웃음). 12시간 찍은 키스 장면은 이미나와 황대우가 자고 난 다음날 아침의 상황이었는데요, 찍은 걸 보니 민망하더라구요. 잘리길 잘한 것 같아요. 나중에 DVD에 스페셜 피처로 넣어주면 좋은 보너스는 될 것 같아요.
- 키스 신 말고 힘든 점은 없었나요? 감독님이 저를 실내에 가둬놓고 촬영해서 힘들었어요.
- 무슨 말인가요? (웃음) 사건들이 대부분 실내에서 발생하거든요. 저는 야외를 너무 좋아하는데, 촬영하는 두 달 동안 오피스텔 안에 가둬놓고 촬영을 하니까 너무 괴로웠죠. 감독님이 저를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가둬놨어요.(웃음). 주요 촬영지가 분당에 있는 오피스텔이었는데요, 계속 오피스텔 안에서 촬영하니까 힘들었죠. 야외 신이 거의 없어요. 사람 파묻으러 야산에 가는 장면하고, 편의점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키스하는 장면 정도. 그것도 낮이 아니라 밤에 촬영하니까 거의 갇혀 살았다고 봐야 해요. 햇볕이 그리워서 힘들었어요.
- 좋았던 건 없었나요? 영화에서 이미나가 황대우의 친구들과 만나 저녁 먹는 신이 있어요. 친구들이 도스토예프스키니, 몬드리안이니, 반 고흐니 따위의 얘기를 물어보는데, 아는 게 없어서 무시당하는 장면이거든요. 이미나가 열받아서 레스토랑을 나와 황대우한테 "너 A형이지? 쪼잔하게 구는 거 보면 딱 A형이야!"라고 소리 지르면서 쳐다보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에서 제 연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 때 촬영할 때도 느낌이 좋았는데요, 편집한 거 봐도 역시 마음에 들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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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관객은 얼마나 들 것 같은가요? 1000만 명(웃음). 이건 농담이고요, 스크린을 최소 250개 잡는대요, 그러면 한 300만 명 정도는 들지 않을까요? 시사회 반응이 좋아서 은근히 기대가 돼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영화는 찍고 나서 남들한테 보여주기 싫을 때도 있는데, 이번 영화는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 이제 자주 스크린에서 보고 싶군요. 차기작 계획은요? 아직 차기작은 안 정했는데요, 앞으로는 자주 영화 출연하고 싶어요. 시나리오는 계속 보고 있는 중이에요.
-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에요. <파니 핑크>나 <어댑테이션>, <이터널 선샤인>, <청춘 스케치>, <러브 미 이프 유 대어> 같은 영화면 망설이지 않고 출연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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