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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망종

감독,각본 장률 | 출연 류연희, 김박, 주광현, 왕동휘 제작 두엔터테인먼트, 슈필름워크샵 | 배급 동숭아트센터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109분 | 2005년 영화 제목인 '망종'은 24절기의 하나로, 보리를 베어내고 볍씨를 뿌리는 시기를 뜻한다. 실제로 6월경에 돌아오는 망종은 농민들에게는 가장 바쁘면서도 활기에 넘치는 시기다. 영화 <망종>은 그러나, 제목과 달리 끝간 데 없는 절망의 나락에 빠진 한 조선족 여인의 팍팍한 삶을 그린다. 중국 변방의 한 마을에 삼륜차에 김치를 싣고 다니며 파는 조선족 여인 최순희(류연희)가 있다. 아들 창호(김박)와 단둘이 사는 순희는 단속을 피해 길가에서 김치를 팔던 중 같은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유부남인 김씨(주광현)를 만나 관계를 맺는다. 어느날 순희와 남편의 관계를 알게 된 김씨의 아내가 경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순희는 경찰서로 끌려간다. 평소 단골손님이었던 경찰관 왕씨(왕동휘)는 경찰서에서 풀어주는 조건으로 그녀에게 잠자리를 요구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들 창호마저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순희는 세상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들이댄다.
망종 ⓒ프레시안무비
<망종>은 극도의 산업화가 진행중인 중국의 변방의 조선족 여인 최순희의 고통스럽고 삭막한 삶을 그린다. 그 표현방식은 때론 잔인할 만큼 극도로 절제된 시선에 따른 것이어서 역설적으로 담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감정의 과잉이나 감정을 과장할 수 있는 음악의 사용마저 자제한 영상은 무너져 내리는 한 인간의 황량한 내면을 있는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장률 감독은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한 조선족 여인이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 자신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통해 끝간데 없는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장률 감독은 당하는 것 외에는 어떤 방법도 없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최순희의 절망적인 삶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지금의 세상을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데뷔작인 단편 <11세>가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돼 단숨에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장률 감독은 이후 장편 데뷔작 <당시>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아파트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전직 소매치기인 중년 남자의 고요한 일상을 담아낸 내용. <망종>은 그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비전문 배우의 열연을 끌어낸 탁월한 연출감각, 중국 현지 스탭과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 효율적인 저예산 영화 제작의 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으로 장률 감독은 아시아의 기대주로 올라섰다. 국내 개봉에 앞서 2005년 칸영화제, 이탈리아 페사로영화제, 부산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소개돼 작품성을 미리 인정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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