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탈당한다" 말만 하는 까닭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탈당한다" 말만 하는 까닭은?

탈당파의 복잡한 머릿속, 최대 고민은 다음 총선

민주당에는 지금 세 파가 있다. 노무현파, 탈당파, 구당파.

노무현파는 설명이 필요 없고, 탈당파는 일단 정몽준 신당에 합류해서 나중에 다시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자는 쪽이고, 구당파는 당내에서 후보단일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자는 쪽이다.

***과연 몇 명이나 탈당할까?**

관심의 초점은 탈당파가 과연 몇 명이냐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애초 10월 17일로 예정했던 창당 일자까지 늦추면서 빨리 나오기만 학수고대한다.

정몽준 신당 창당시 원내교섭단체, 즉 의원 20명을 채우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추석 이후에도 정 의원의 지지도는 식을 줄 모르고 있지만 그러나 왠지 불안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증 받으면 거품이 꺼질 것'이란 예상이 강력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이 원내교섭단체 이상의 창당을 이뤄낸다면 든든한 버팀목을 만드는 셈이다. 일단 정국 구도가 명확히 셋으로 정립된다. 정 의원으로의 힘쏠림 현상도 강화될 수 있다. 그래서 설령 거품이 꺼진다 해도 급격히 꺼지지는 않도록 할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다.

과연 몇 명이 탈당할까?
정 의원은 원내교섭단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노 후보는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음모'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탈당한다 탈당한다" 말만 해 놓고 실제 탈당은 이뤄지지 않는 형국이다.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는 없다. 끝까지 간다"고 강력히 선언한 이상 당내에 남아 후보단일화를 추진한다는 명분은 이제 힘을 잃었다. 그런데도 탈당하는 의원은 없다. 삼삼오오 모여 얘기만 할 뿐이다.

왜일까?

***탈당 못하는 근본이유는 다음 총선 때문**

탈당파들은 대통령선거 승리를 목표로 탈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상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대선이 아닌 다음 총선이다.

탈당할 경우 다음 총선에서의 재선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탈당하는 순간 곧바로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 지구당위원장을 교체할 것이다. 총선 후보가 한명 더 늘어나는 셈이다. 자신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 아닌 정몽준당 소속 의원으로 총선에 임해야 한다. 이것이 과연 다음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인가?

대선결과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음 총선구도를 미리 점치기는 어렵다. 한나라당 민주당 정몽준당, 그리고 자민련과 기타 등등. 이러한 현재 구도가 다음 총선까지 그대로 간다는 보장도 없다.

대선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은 개혁적 국민정당과의 통합 등을 거치면서 노무현당으로 재창당할 것이다. 정몽준당은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아예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 미래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설령 대선에서 패배한다 하더라도 지금 민주당의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받는 정당에 남아 있는 것이 정몽준당으로 옮기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할 것이라는 점이다.

10년전 국민당으로 옮긴 의원들, 5년전 이인제를 따라 간 의원, 지구당위원장들의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떠올려 본다면 계산은 금방 나온다. 탈당하는 순간 다음 총선 승리는 어려워진다.

따라서 만약 이들이 탈당을 감행한다면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정몽준당이 여당이 되고 여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경우에만 그나마 재선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에서의 정몽준 승리를 아직 자신할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말만 하고 탈당은 못하는 것이다.

***노 후보의 '당 개혁'은 탈당을 부추기는 요인**

반대로 이들의 탈당을 부추기는 요인도 있다. 이것 역시 대선이 아닌 다음 총선과 관련된 문제다.

지금 노 후보는 '민주당의 개혁이 가장 중요한 대선전략'이라고 말한다. 개혁적 국민정당이 창당된 이후 통합 협상에 나설 것이며, 다양한 외부인사 영입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일단 당내에서부터 적수가 많아지는 셈이다.

또 이러한 재창당 과정에서 당내 민주화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제도개혁도 동시에 이뤄질 조짐이다. 공천제도도 근본적으로 바뀔지 모른다. 당비를 내는 당원만으로 당원자격을 제한하고, 당원의 직접투표로 다음 총선 후보자를 뽑는 방안도 등장했다.

이렇게 된다면 현역의원으로서의 기득권이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그간 끊임없이 노 후보를 흔들어 온 의원들의 경우 도태되어 버릴 위험은 더욱 커진다.

한마디로 그냥 앉아 있다간 당이 탈바꿈하면서 다음 총선에 아예 나서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당하느니 아예 탈당해서 정몽준당에 몸을 싣는 것이 낫다는 판단, 이것이 탈당을 부추긴다. 하지만 탈당했다가 정 의원이 대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말만 하는 것이다.

***아직은 탈당이 더 위험**

결론적으로 그냥 있어도 불안하고 탈당해도 불안하다. 하지만 아직은 그냥 있는 편이 안전해 보인다.

민주당의 탈바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그 과정에서 똘똘 뭉쳐 현역 의원으로서의 기득권을 지켜낼 방안을 모색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은 탈당이란 모험을 선택하기보다 당에 남아 눈치를 보자는 쪽이 훨씬 우세하다.

이런 판단에 기초해 본다면 민주당을 탈당할 의원은 몇 명 안 될 것이다. 정몽준 신당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힘들 전망이다.

하지만 노 후보가 당 쇄신을 가시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노 후보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당 개혁, 재창당을 명분으로 이들을 향해 공격이 감행된다면 이들이 당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진다.

여기서 협상과 거래가 이뤄질 것이다. 노 후보 입장에서 대선을 치르려면 당을 새롭게 탈바꿈시켜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민주당 의원들을 쫒아내는 상황을 연출해서는 꼭 득이 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당 개혁의 수준이 결정되고 탈당파 내지 구당파들과의 최종 타협이 이뤄질 것이다.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다.

탈당파, 구당파 들의 머릿속은 앞으로도 계속 복잡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