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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굿 나잇 앤 굿 럭 Good Night and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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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굿 나잇 앤 굿 럭 Good Night and Good Luck

감독 조지 클루니 출연 데이비드 스트라던, 조지 클루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입,배급 유레카픽쳐스 | 등급 12세 관람가 | 시간 93분 | 2005년 지난 1년동안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최고 걸작중 하나로 꼽히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굿 나잇 앤 굿 럭>은 사실은 그렇게 미간을 좁히고 꼼꼼하게 분석할 텍스트는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나치게 명명백백하고 간결하며, 어쩌면 아주 쉽다는 느낌마저 주는 영화다. 영화란 종종, 특정한 기교나 장치가 없어도 그러니까 이른바 '진정성'있는 역사인식 혹은 현실인식만으로도 평단과 흥행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껏 우리나 할리우드나 정공법의 역사인식에서 얼마나 동떨어진 채 살아왔는가를 <굿 나잇 앤 굿 럭>은 손쉽게 역설하고 있다.
굿 나잇 앤 굿 럭 ⓒ프레시안무비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 등의 후보에 오르는 바람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있는 이 영화는 알려진 바대로 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과 그에 맞서는 CBS 앵커 에드워드 머로 그리고 그의 방송 스탭들의 언론투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영화다. 특히 줄거리에 관한 한, 한줄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할 정도다.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CBS의 방송史, 혹은 에드워드 머로의 전기를 읽은 사람이거나 그에 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런 것 다 필요없이 미국 현대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얼마나 과거의 사실 그대로, 곧 곧이곧대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조금 바꾼 것이 있다면, 에드워드 머로의 스피치 장면을 영화의 맨 앞으로 끌어 왔다는 것 정도다. 당시의 연설은 매카시와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트콤 등 오락프로의 인기로 자신의 뉴스쇼인 '시 잇 나우'가 폐지되는 바람에 CBS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속 머로의 연설 내용 역시 과거에 그가 했던 말을, 토씨 그대로 하나도 바꾸지 않고 처리하고 있다. 데이빗 스트라단이 역을 맡았던 에드워드 머로는 차가운 표정으로 연단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만일 역사가라는 이름에 걸맞는 인물이 있어 지금으로부터 백년 뒤 미국 3대 네트워크 방송사의 일주일분 필름을 살펴본다고 가정해 보자. 그 필름은 퇴폐의 증거가 될 것이 틀림없다. 역사가는 우리가 현실세계로부터 얼마나 도피하고, 유리돼 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굿 나잇 앤 굿 럭>을 보고 있으면, 현실이라고 하는 기제가 영화보다 얼마나 더 극적일 수 있으며 드라마틱했던 과거의 역사가 현재와 얼마나 기가막힌 댓구를 이루고 있는가를 깨닫게 해준다. 따라서 영화예술이 진정으로 가야 할 길은 현실의 토대위에 굳건히 발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는 점, 과거의 역사로부터 얻어 낸 현실에 대한 인식을 좀더 명확하고 정치(精緻)하게 해내야 한다는 점이란 것을, 이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시대에 있어 영화라고 하는 것이 단순한 오락의 도구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사회적 기능과 역사적 소명을 해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굿 나잇 앤 굿 럭>을 통해 우리가 한가지 더 유념해야 할 것은, 이 작품을 만든 조지 클루니가 왜 하필 지금 이때에 50년대의 시대상황으로 돌아갔느냐는 것이다. 그는 과연 50여년전의 미국사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려 했던 것일까. 아마도 그건 조지 클루니와 또 그와 함께 이번 작업을 해낸 일군의 스탭들 모두, 더 나아가 할리우드 전체가 부시 '치하의' 지금의 미국을 50년대 한 시기동안을 날뛰며 미국과 세계를 극한의 냉전 이데올로기의 암흑기로 몰아 넣었던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시대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지 클루니와 할리우드 모두는 지금의 세상이 과거 50여년동안 진보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영화적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진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인 셈이다. 에드워드 머로가 했던 전설의 방송대사, '굿 나잇 앤 굿 럭'에는 단순한 감동 이상의 무엇이 담겨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거기엔 세상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과 함께 우리가 염원하고 이루어 내야 할 평화라고 하는 것이 각자 모두에게 '구체적으로' 깃들기를 바라는 진정성이 담겨져 있다. 에드워드 머로가 실천했던 것처럼, 세상의 질서는 좌나 우의 편향적 이데올로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갖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을 어떻게 공유해 내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 과정에서 세계사 과목이 사라진, 부당하고 황당한 우리의 현실에서 <굿 나잇 앤 굿 럭>은 결코 지나치면 안될 역사의 산증인 같은 영화로 취급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치 역사 교과서를 보듯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스크린을 마주할 필요는 없다. 에드워드 머로 역을 맡았던 데이빗 스트라단의 사상 최고의 연기와 그의 단짝 친구이자 뉴스PD인 프레디 프렌들리 역의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로버트 다우니 Jr.와 패트리샤 클락슨, 제프 다니엘스 등의 명연기자들의 연기를 한꺼번에 만나는 재미가 무지무지하게 쏠쏠한 작품이다. 역사는 때론 소수의 깨어있는 자가 만든다. 영화역사도 마찬가지다. <굿 나잇 앤 굿 럭>과 같은 소수의 깨어있는 영화가 할리우드사를 새로 쓰고 있으며 세계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를 대하는 우리의 극장과 관객들의 태도에 따라 한국의 영화사도 새롭게 쓰여지게 될 것이다. 이 영화의 성공적인 흥행을 바라는 마음이 드는 건 그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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