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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로망스

감독 문승욱 | 출연 조재현, 김지수 | 제작 LJ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등급 18세 관람가 | 시간 108분 | 2006년 남녀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예로부터 작가들이 사랑하는 소재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비극적 사랑의 아픔을 그린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 현대 영화에서 <로미오와 줄리엣>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같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이 간절할수록, 그리고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의 강도가 강할수록 둘의 사랑은 설득력을 얻는다. 디지털 장편 <나비>로 주목받은 문승욱 감독의 신작 <로망스>도 이같은 정통 서양 멜로 드라마의 공식을 따라 만들어진 멜로 영화다. 조직에 융화되지 못한 채 좌천된 형사 형진(조재현)은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홀로 쓸쓸하게 살아간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정치인 남편과 결혼한 윤희(김지수)는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남편의 소유욕과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불행한 여자다. 어느날 넋을 놓고 걸어가다 차에 치일 뻔한 윤희를 구해준 형준.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연민과 사랑이 뒤섞인 감정으로 몸을 섞는다. 웃음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던 윤희는 형준을 만나 웃음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윤희의 외도를 눈치챈 남편은 형준을 죽이려 하고, 이들의 사랑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로망스 ⓒ프레시안무비
<로망스>는 줄거리만 봐도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불쌍한 형사 형준과 남편의 꼭두각시로 살아가느라 웃음마저 잃어버린 불행한 여인 윤희의 사랑은 예정된 수순대로 파국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 둘이 첫 만남에서 서로의 상처를 단박에 알아보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장면은 어쩐지 억지스럽다. 차에 치일 뻔한 여자를 구해주고, 그녀의 드러난 어깨에 폭력의 흔적을 본 남자가 자신의 상처를 까뒤집어 보여주며 서로 연민의 밤을 보내는 설정은 둘을 엮어주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라고밖에는 보기 힘들다. 그 하룻밤을 계기로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사랑을 좇아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10대들의 철부지 사랑도 아니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마법의 음료가 끼어들어 훼방한 것도 아닌데, <로망스>의 두 사람은 마치 죽기로 작정한 사람들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내달린다. 죽은 아버지 대신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짐을 진 채 남편에게 종속되어 살아가는 윤희에게는 줄리엣이나 이졸데와 같은 적극성과 사랑을 위한 자기 헌신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오로지 눈물만 흘릴 줄 아는, 그야말로 꼭두각시처럼 묘사되어 있다. 아내와 아이를 잊지 못해 술로 세월을 보내던 형준이 윤희에게 빠져들면서 가족을 머리 속에서 세탁이라도 한 듯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오로지 윤희만을 바라보는 설정 역시 공감하기 쉽지 않다. <쉬리>와 <은행나무 침대> 등의 음악을 담당했던 이동준의 탱고를 테마로 한 낭만적인 음악은 사랑의 낭만성과 비극성을 강조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분위기도 잡기 전에 흘러나와 감정의 과잉을 초래하는 실수를 범한다. 멜로 드라마는 불가능해 보이는 사랑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장애물을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여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야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법이다. <로망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실패의 몸짓을 보인다. 비극으로 치닫게 하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영상은 균형을 잡지 못한 채 휘청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인 조재현과 김지수 외에 조연을 맡은 두 배우의 연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아내에 대한 집착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정치인 남편 역의 엄효섭과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형사 반장 역의 윤제문의 연기는 비현실적인 설정과 감정의 과잉 속에서도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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