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백10여억원(순제작비 92억), 거듭되는 개봉연기, 광고계의 요정 TTL걸 임은경의 영화 데뷔작, 투자사와 불화로 인한 감독의 잠적, 트레스젠더 무용가 진싱 ·가수 김진표· 강타 출연 등 제작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흥행에 실패했다.
영화인회의 배급개선위원회가 지난 주말 서울지역 영화관객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서울기준 관객 수 2만2천5백명(전국누계 7만2천9백명)으로 개봉한 지 한달이 지난 6위 '오아시스'의 뒤를 이어 7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담한 실패다.
***'성냥팔이 소녀...'의 실패는 예고된 재앙**
영화계에서는 이번 실패를 '예고된 재앙'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관객 1인당 2천5백원에서 3천원정도가 제작·배급사 몫이 되는 현실에서 제작비 1백억 규모의 영화가 성공한다는 것은 3백4십여만명의 관객동원을 이룩해야 한다. 이는 1년에 서너 편도 나오기 힘든 일반적인 '대박영화' 기준인 관객 1백만명을 3배 이상 넘어서야 하는 수치이다. 올해 '집으로...'가 3백만을 넘기는 했지만 한국영화 붐이 한풀 꺾인 요즘 들어서는 극히 드문 예다.
충무로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제작 전에 당연히 치밀한 콘티나 촬영계획표가 나왔어야 하는데 확정된 대본도 없이 감독의 '감'을 믿고 촬영부터 들어간 것을 실패의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이 작품의 제작비는 36억원 정도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점점 예산이 불어나 촬영전 준비단계에 이미 10억원이 소요됐고 제작비가 50억원대를 돌파하고부터는 투자자와 제작진이 사이가 벌어져 제작비 송금이 중단되고 이에 반발한 감독이 촬영현장에서 잠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여러 차례의 위기 끝에 작년 10월말에 촬영이 끝났으나 투자사의 대표는 이로 인해 경영권까지 다른 이에게 넘겨야 했다. 또한 편집단계에서의 지연으로 개봉일도 계속 연기되어, 9월초 언론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개봉일이 8월 하순으로 잘못 인쇄돼 배포되는가 하면, 언론에 1차로 공개됐던 필름을 다시 7분가량 삭제했다가 최종적으로 7분가량 다시 보충하는등 온갖 볼쌍 사나운 해프닝이 연출됐다.
***쏟아지는 평론가와 관객들의 혹평**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인 만큼 작품성에서라도 만회를 해야 했지만 '성냥팔이...'는 언론시사회 직후 혹평이 쏟아졌다. 표현방식에서는 '메트릭스'의 아류라는 느낌에다 인물들의 당위성이 떨어지고 감독이 군데군데 심어 놓은 정치적 상징성은 비약이 심하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한 충무로 촬영스텝은 영화를 보고나서 "내용 정리도 안 된 단편영화 같은 느낌"이라는 악평을 하기까지 했다.
대중성에서도 관객들을 게임인지 영화인지 구분이 모호한 탈장르적 실험을 통해 '사이버 세계'의 도교사상으로 이끌겠다던 감독의 의도는 흥행 7위가 보여 주듯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한 영화기획사 직원은 "감독 마음대로 영화를 찍게 놔두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게 해준 영화"라고 냉소하며 "대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한 기획영화가 거듭 실패를 하고 투자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에서 충무로는 이제 직격탄까지 맞은 셈"이라며 영화계에 산업적 위기가 닥칠 것으로 걱정했다.
***충무로에서 돈줄이 빠져나가기 시작**
이 영화의 실패가 영화인들에게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영화 '친구'의 흥행성공후 투기적인 고수익을 의도하고 유입됐던 투자자본이 올초부터 이어진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연이은 실패에 실망해 빠져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사고(?)가 터졌다는 것이다. 이들 투자자금의 이탈에 확신을 심어주는 결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이번 '성냥팔이...'의 흥행실패는 국내 영화시장의 성장과 함께 해 온 영화주간지들의 매체로서의 신뢰성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 동안 감독의 전작들이 거둔 국·내외의 호평과 흥행성적에 기대를 걸고 2~3주에 걸쳐 이 영화에 대한 홍보에 가까운 기획기사를 경쟁적으로 게재했던 영화잡지들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글 쓴 기자들의'반성'을 촉구하는 독자들의 비난이 올라오고 있다.
성냥팔이 소녀가 정말로 성냥을 팔아야 될지도 모를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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