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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ㆍ鄭연대'뿐? '鄭ㆍ昌연대'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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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ㆍ鄭연대'뿐? '鄭ㆍ昌연대' 가능성은?

<평가와 전망> 정몽준 출마선언에 붙여

17일 정몽준 의원의 출사표는 지극히 실망스러웠다.

첫째 '재벌정치' 논란의 핵심인 현대중공업 지분 처리방안이 미흡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포기하라고 윽박지를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그러나 시민의 요구에 의해 자신의 지분을 모두 처분, 사회에 헌납한 미국 뉴욕의 블룸버그시장 경우를 보면 그런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업을 무엇으로 보는가라는 관점의 차이다. 블룸버그는 기업을 사회적 소유의 관점에서 보았고, 정 의원은 개인적 소유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재벌의식'이다.

그가 재벌의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이상 대선 기간 내내 재벌의 정치참여에 대한 소모적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 일차적 피해자는 정 의원 자신이다.

***생모문제 공개거부로 '악성루머 공세' 자초**

둘째 논란이 되었던 생모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의 가슴 아픈 가정사를 낱낱이 공개하라고 요구할 권리 역시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비도덕적인 일이기도 하다. 또 본인이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날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정말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알지만 공개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한 자세다. 이건 문제다.

사안의 성격상 한나라당, 민주 당 등 상대당의 공식기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 의원의 생모를 문제삼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판에 항상 따라다니는 악폐인 '악성루머 퍼뜨리기'의 주된 메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점 역시 피해자는 정 의원이다.

정 의원은 출마선언과 함께 생모 문제를 밝히겠다고 약속했었다. 스스로 밝히고 나섬으로써 부질없는 논란과 루머공세를 피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버렸다.

***누구와 함께 어떤 정치할 것인지도 보여주지 못해**

셋째 세력과 명분의 작은 단초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출마선언장에 모습을 드러낸 인사들의 면면만으론 정 의원의 세력기반을 점치기 어렵다. 부인과 함께 단상에서 꽃다발을 흔들 때 양 옆에는 현재 회사 측과의 결탁 문제로 분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전직 위원장과 이름 모를 무용수가 서 있었을 뿐이다. 그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 권력을 잡으려 하는지 전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는 '상식적인 정치'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국민화합적 정치, 미래지향적 정치, 국민과 두루 함께 하는 정치, 초당파적 정치'가 그 내용이다. 약간이나마 구체성을 띤 정책으로는 교육개혁 뿐이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한 만큼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내용이다.

이 정도 얘기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과 어떤 정책기조로 국정을 맡겠다는 것인지가 빠져있는 출마선언이었던 것이다.

다음 달 신당 창당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는 했다. 하지만 신당 역시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많은 정치인들과 함께 창당한다'는 계획뿐이다. 지극히 애매하다.

항간에 떠도는 대로 민주당내 반노 내지 비노 진영, 자민련, 한국미래연합, 민국당 등이 일차적 대상일 텐데, 이들의 정책적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명확한 3파전 정립, 막판 빅딜만 남아**

이들의 단 하나 공통점은 반창비노(反昌非盧) 혹은 반노비창(反盧非昌)이다.

권력을 잡고 싶지만 이회창 후보는 절대 반대고 그렇다고 노무현 후보로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 또는 노무현 후보는 절대 반대지만 이회창 후보 쪽에선 부르지도 않고 가 봐야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쨌든 이것도 중요한 공통점이긴 하다. 따라서 조만간 이들은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데 뭉칠 것이다.

이제 대선구도는 명확한 3파전으로 정립됐다. '후보 단일화' '막판 연대' 등이 거론된 지 오래지만 그건 정말 막바지에 가서야 추진될 것이다.

여기서 중대한 문제를 하나 던져 보자.

과연 정몽준 의원의 연대 대상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 뿐인가?

그간 '후보단일화' '막판연대' 등이 거론될 때 그 대상은 항상 노무현-정몽준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정몽준-이회창 연대는 아예 불가능한 것인가?

***막판연대는 '노-정연대' 뿐인가?**

그동안 '연대' 하면 '노-정연대'를 떠올리게 된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민주당 국민경선이 시작되면서 대선구도는 이회창-노무현 구도로 짜여졌다. 그러다 월드컵을 고비로 '노풍'이 꺼지면서 '정풍'이 불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후보교체론 혹은 재경선론이 불거졌고, 정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암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당을 완전 정비하고 본격 출진에 나선 시기이기도 하다. 당연히 '연대' 하면 '노-정연대'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 정 의원도 독자출마와 창당의 길에 들어섰고, 노 후보는 선대위를 발족시킨다. 각자 따로 가는 채비를 갖춘 것이다. 따라서 그 동안의 과정이나 과거의 도식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 대선은 팽팽한 3파전으로 전개된다. 서로 지지율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선거 막판 지지도 추이에 따라 마지막 빅딜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막판 빅딜의 시나리오는 무궁무진**

여기서 질문이다. 빅딜이 이뤄진다면 어떤 빅딜일까?

현재 지지율 3위인 노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본선 승리가 완전히 물 건너간 상황이 되었다고 할 때, 그때 노 후보가 정 의원을 지지하게 될까? 노 후보의 성향과 나이, 삶의 궤적을 돌아볼 때 3등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자기 길을 갈 가능성이 더 큰 것 아닌가?

반대로 '정풍'이 꺼지면서 지지율이 추락한다면 그때 정 의원이 노 후보를 지지할까? 아니면 3등을 하더라도 독자 출마를 끝까지 고집할까? 또 하나 가능성도 있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정몽준 출마'가 10년전 '정주영 출마'와 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정몽준 의원은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아버지처럼 무모하게 마지막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낸다.

그렇다면 만약 지지율 추락의 상황에 닥칠 경우 '정몽준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노무현 지지'일까 '이회창 지지'일까? 정책노선과 성향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회창 지지' 쪽이 더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쳐지는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때 이 후보는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출마 강행 쪽인가? 이 후보의 연령, 재도전이라는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아무 조건 없이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이 더 큰 것 아닌가?

아마도 이 경우 한나라당 내에서 후보교체론이 일면서 새로운 대안이 등장할 가능성, 한나라당과 정몽준 신당이 통합할 가능성 등을 상정하는 편이 더 쉬워 보이기도 한다.

***노무현 버리고 정몽준 선택할 탈당파 과연 몇 명일까?**

이처럼 아직 대선구도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이제 분명해진 것은 막판까지 팽팽한 3파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뿐이다. 막판의 변수는 정말로 가변적이다. 빅딜의 가능성은 여러 갈래로 열려 있다.

그러나 '연대' 하면 '노-정연대'로 인식되던 상황, 이른바 '후보단일화론'이 살아 있는 상황은 이미 끝났다. 오히려 다른 연대의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이 측면에서 민주당내 이탈세력이 어느 쪽에서 얼마나 나올 것인지 주목된다. 이들도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노-정연대'를 주장하며 계속 '통합신당' '후보단일화'를 내세우지만, 그 현실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안다.

따라서 앞으로 민주당을 탈당할 사람들은 명백하게 노무현 후보를 버리고 정몽준 의원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 당면한 첫 번째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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