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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의 귀족' 좌완 투수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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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의 귀족' 좌완 투수를 주목하라

[프레시안 스포츠]한국 야구의 '믿을맨' 구대성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왼손잡이는 홀대를 받는다. 왼쪽이란 단어의 뜻도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라틴어로 왼쪽은 '불길한'이라는 의미이며 독일어로는 '서투른', 이탈리아어로는 '부정직한'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나 야구에서 왼손잡이는 귀족이다. 좌타자의 경우 타석에서 1루까지의 거리가 우타자보다 짧아 유리하다. 좌완 투수도 희소성 때문에 우완 투수보다 좋은 대접을 받는다. 메이저리그에서 288승을 거둔 좌완 토미 존이 "신이 나를 왼손잡이로 태어나게 한 것은 축복"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4일 펼쳐진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도 좌완 투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의 선발 투수 돈트렐 윌리스와 한국 마운드의 해결사 구대성은 모두 왼손잡이다. 두 선수는 투구폼도 독특하다. 윌리스는 와인드 업 동작에서 다리를 높이 드는 '하이 킥'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구대성은 일명 '꽈배기 투구'로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타자를 향해 등을 보인 채 와인드 업하는 구대성은 공을 최대한 감춘 뒤 투구를 해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은 애를 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플로리다 마린스 소속의 돈트렐 윌리스는 지난 시즌 좌타자에게 단 1개의 홈런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좌타자 이승엽이 윌리스의 초구를 통타해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쳐냈고, 이 순간에 경기 분위기는 바뀌었다. 한국 타자들은 거침없는 투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메이저리그 22승 투수 윌리스의 공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셈이다.

〈LA 타임스〉는 15일 이승엽이 3년전 LA 다저스와 계약하지 못한 사연을 보도했다. 2003년 시즌이 끝난 뒤 당시 다저스의 단장 댄 에반스가 이승엽과 계약하려 했지만 낮은 연봉을 제시해 계약이 결렬됐다는 게 요지다. 이 신문은 "다저스는 1년간 10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이승엽이 이를 거절하고 일본 프로야구 팀 지바 롯데와 2년간 약 50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승엽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헐값이 계약하려다 기회를 놓쳤던 게 아쉽다는 뉘앙스다.

미국의 좌완 투수 돈트렐 윌리스가 제 역할을 못했던 반면 한국의 좌완 릴리프 구대성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대만 전, 일본 전, 멕시코 전에서 고비마다 등판해 두둑한 배짱투로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은 '믿을맨' 구대성의 활약은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눈부셨다. 6대1로 앞선 5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등판한 구대성은 스위치 히터 치퍼 존스를 병살타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살아날 기미를 보였던 미국 타선의 집중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셈이다. 구대성은 8회 원 아웃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미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한국이 예상대로 4강에 오를 경우 상대는 미국 또는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치로, 마쓰나카 등 좌타자가 즐비한 일본과 4강전을 치르게 된다면 '일본 킬러' 구대성의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해진다. 구대성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중요한 시점에 김인식 감독은 구대성에게 마운드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한국과의 승부에 대비해 좌완 스기우치와 와다를 투입할 것으로 보여 좌완 투수 간의 격돌이 흥미롭게 전개될 전망이다.

미국과의 4강전에서도 구대성, 봉중근, 전병두 등의 좌완 투수는 미국의 좌타자나 스위치 히터를 상대할 경우 출격 명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팀 스위치 히터들이 대부분 오른쪽 타석보다 왼쪽 타석에서 타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좌완 투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4강전 이후 한국의 운명은 결국 이승엽, 최희섭 등의 좌타 슬러거와 구대성을 필두로 한 좌완 투수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이 어느 시점에 좌완 투수를 마운드에 올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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