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선대위와 당을 2원화하는 전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13일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 간의 정례 조찬회동에서 이뤄진 합의다.
역대 어느 정당도 그러한 전례가 없으며, 한나라당이 당력을 총결집하는 선대위를 출범시킨 것과도 대비된다. 민주당의 복잡한 속사정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사례다.
***盧 '탈DJ', 韓 '당권 유지' 맞아떨어져**
이낙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당은 일상적 당무와 국회에 관한 업무를 맡고 선대위는 선거에 관한 업무를 맡는 것으로 조정됐다"면서 "한 대표가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선대위에서는 나를 좀 놓아달라. 그것이 선거를 돕는 길이 될 수도 있고 나로서도 조정자 역할을 해야할 것 같다고 간곡히 말했다"고 전했다.
공식발표는 이것이 전부다. 당과 선대위 분리, 한 대표의 대표직 유지, 선대위원장 미정.
일단 이같은 결정은 노 후보의 탈DJ 전략과 한 대표의 당권 유지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당 창당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고, 일부 탈당설도 나도는 상황에서 노 후보는 일단 노 후보 자신의 색깔로 대선에 정면승부를 거는 방법 외엔 길이 없다. 그때 호남 출신에 동교동 가신 출신인 한 대표의 선대위원장 기용은 적절치 않다.
한 대표 입장에서도 여전히 불투명한 대선구도와 후보 단일화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둘 때 노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아 운신의 폭을 스스로 제한해 둘 이유가 없다. 일단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향후 변화에 대처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또한 대선 이후의 당내 역학구도까지를 고려할 때 노 후보 선대위에 당권을 모두 넘겨줄 수 없다는 측면도 중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형적 체제 존속 어려워, 한시적일 듯**
그러나 이 기형적 체제가 원만히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선거시기에 모든 당무는 사실상 선거에 집중된다. 그런데 일상적 당무와 선거에 대한 업무를 나눠 놓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자칫 분란과 갈등이 벌어질 수 있고, 업무 중복 등으로 인한 혼선도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선대위에 사실상 모든 권한과 기능이 부여되든지, 반대로 당이 사실상의 실권을 장악하고 선대위는 후보의 이미지를 보완하는 '얼굴마담' 격으로 위상이 한정되든지 하지 않고는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이원화 체제는 사실상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추석을 넘기면서 민주당 일부 의원의 탈당 강행 여부, 정몽준 신당 태동 등이 가시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기묘한 균형을 이루겠지만 그 이후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서 결국 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각자 제 갈길로 접어들어 본격 승부 시작**
노 후보는 이미 선대위 구성에 착수한 상태고, 당의 신당 추진 역시 진전은 없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의원의 탈당 주장도 살아 있다. 민주당은 이렇게 공존할 수 없는 세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는 기기묘묘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추석을 고비로 어느 정도 정리가 이뤄지긴 할 것이다.
16일 이한동 의원이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17일 정몽준 의원의 출마선언이 예정돼 있다.
18일 노 후보가 기자회견 형식으로 선대위 구성 원칙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추석 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추석 이후에도 혼란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신당에의 합류폭, 노무현 선대위 구성의 면면 등이 드러나고, 또한 대선후보로서의 정 의원에 대한 본격 검증이 이뤄지면서 지지도의 흐름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이합집산은 거듭될 가능성이 크다. 병풍 수사결과 역시 남아 있는 중요 변수다.
이제 각자 제 갈길로 이미 접어들었고, 누가 얼마나 힘 있게 상황을 이끌어 가느냐의 승부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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