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고지를 향한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한국은 2라운드 1조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완벽한 투수 운용과 이승엽의 결승포에 힘입어 멕시코를 2대1로 따돌렸다. 멕시코를 제압한 한국은 미국(14일), 일본(16일)과의 경기 가운데 1승만 거두면 4강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판 그레그 매덕스'로 불릴 만큼 다양한 구질과 함께 날카로운 제구력을 갖춘 선발투수 로드리고 로페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 하지만 1회말 한국의 선두타자 이병규는 뛰어난 선구안과 커트 능력을 선보이며 로페스를 흔들었다. 이병규는 비록 3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로페스에게 1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인 것은 2번타자 이종범도 마찬가지. 이종범은 바깥 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를 철저히 커트하며 자신이 원하는 공을 기다렸다. 결국 로페스가 몸쪽 공을 던지자 이종범의 방망이는 가볍게 돌아갔고, 좌전 안타로 연결됐다.
이승엽과 상대하기 전 무려 19개의 공을 던진 로페스는 집중력을 잃었다. 풀 카운트 접전 끝에 로페스의 체인지 업은 가운데로 몰렸다. '아시아의 거포' 이승엽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이승엽은 로페스의 공을 통타해 우월 2점 홈런을 뽑아냈다. 야구에서 흔히 '테이블 세터'로 불리는 1,2번 타자 이병규와 이종범이 타석에서 강한 근성과 인내심을 보인 게 이승엽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대만 전에 이어 또 다시 선발로 등판한 서재응은 3회초 선두타자 루이스 A. 가르시아에게 중월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6회 1사까지 산발 2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국은 서재응이 마운드에서 물러난 시점부터 완벽한 불펜 운영을 해냈다. 이번 대회 들어 투수 운영에 있어서 '찰떡 궁합'을 보이고 있는 김인식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가 이날 경기에서 내세운 투수 운영 원칙은 경험과 생소함의 조화.
한국은 서재응에 이어 좌완 투수 구대성을 출격시켜 멕시코의 공격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한국, 일본, 미국 프로야구를 모두 섭렵하는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다운 활약이었다. 7회 2사 1루 상황. 한국은 정대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한국 덕아웃이 멕시코 타자들에게는 생소한 잠수함 투수 정대현을 택한 셈. 투구 폼이 느린 정대현은 1루 주자의 2루 도루를 허용해 불안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날 홈런을 기록한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멕시코는 8회 동점을 뽑기 위해 대타를 기용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멕시코 타자들은 정대현의 느릿느릿하지만 변화가 심하고 생경한 투구 폼에 타격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미국과 남미에는 대현이와 같이 밑에서 던지는 투수는 거의 없다. 대현이는 스피드가 뛰어난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눈에 익숙하지 않은 투수의 공을 때려낸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라며 정대현을 대표팀에 뽑은 이유를 자신있게 설명했던 선동렬 코치의 말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운명의 9회초. 메이저리그 106승에 빛나는 박찬호가 출격했다. 이미 대만, 일본 전에서 두 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박찬호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직구와 변화구로 타자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박찬호는 1사후 비니 카스티야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천적'인 좌타자 에루비엘 두라조를 2루 땅볼로 잡아낸 뒤 후속타자 헤로니모 힐마저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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