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번 주 박스오피스 기사의 첫 머리는 정우성 등 스타급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데이지> 소식일 것이라고 생각들 할 것이다. 하지만 천만에. <데이지>의 흥행소식은 그리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물론 서울에서 15만 가량을, 전국적으로 60만 이상의 관객을 모아 순위 1위를 차지한 만큼 언급은 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선전과 홍보 마케팅에 비하면 왠지 흥행수치가 그저그렇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보다는 순위 5위에 오른 <브로크백 마운틴>의 흥행이 눈길을 끈다. <브로크백 마운틴>같은 영화를 가리켜 자꾸 이런 영화라는 표현을 써서 뭣하지만, 어쨌든 이런 영화가 순위 5위에 오른 것은 수년만에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다. 스크린 수가 전국 70개에 이르니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2년여전에 거의 비슷한 조건으로 개봉됐던 같은 수입사의 영화 <베터 댄 섹스>같은 경우는 흥행참패를 기록해 일주일만에 간판을 내린 적이 있다. 두 작품 모두 비상업영화 수입전문사인 백두대간의 작품이다. 백두대간은 <베터 댄 섹스>에 이어 이번 <브로크백 마운틴>에도 '백두대간식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를 붙였으며 과거의 실패를 또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의욕을 불태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브로크백 마운틴>의 성공적인 흥행은 백두대간만의 노력이라기 보다는 메이저 배급사인 CJ의 힘을 빌었던 덕이 컸다. 예술영화를 주로 취급했던 백두대간 같은 영화사가 대기업 영화사와 손을 잡은 셈인데 이건 행복한 결합인지 아니면 또 다른 수직계열화의 전조인지 아직 확실한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양측의 결합이 좋은 영화를 좀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게 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데 있다. 따라서 이런 결합을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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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이 개봉 3주만에 23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2위를 차지했다. <왕의 남자>는 전국적으로 여전히 200개가 넘는 스크린수를 유지하며 개봉 11주차인 지난 주말 서울에서만 5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12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왕의 남자>는 이제 더 이상 <태극기 휘날리며> 등과 함께 거론되지 않는다. 1200만 관객 돌파는 우리 영화사상,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이다. 최근의 박스오피스에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은, 이제 할리우드 영화조차 국내에서는 흥행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앙코르>와 <카사노바><웨딩 크래셔> 등은 메이저 배급사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관객 수치가 지나치게 작고 왜소해 보인다. 120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앙코르>는 전국 11만명 정도를 모으는데 그쳤고 140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2주차를 맞고 있는 <웨딩 크래셔>는 25만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2~3년전만 해도 이런 류의 영화는 기본 4,50만 이상의 관객을 모았었다. 요즘의 젊은 층 관객들은 확실히 '자막이 있는 영화'에 대해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영화문화의 발전을 생각할 때 이것은 약인가, 혹은 독인가. 이제 더 이상 외국영화가 잘 안되는 것에 대해 좋아라 하고만 있을 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외국영화는 한국영화의 좋은 자양분과 자극이 될 수 있다. 그 훌륭한 기능마저 없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어 예술영화로서 박스오피스 순위에 오른 일본영화 <메종 드 히미코>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개봉 7주를 지내면서 전국 3개 스크린에서 7만여 관객을 모았으며 지난 주말 순위 10위에 올랐다. <메종 드 히미코>가 7만여 관객을 모은 것은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나 <킹콩>이 4백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것과 같은 수준인 셈이다. 영화가 좋으면 관객들은 수풀이든 덤불이든 다 헤쳐나가, 찾아서라도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건 영화계 만고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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