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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지키기…맑은 공기 위한 투자, 첫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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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지키기…맑은 공기 위한 투자, 첫 결실

우면산트러스트, 우면산 일대 980평 매입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서울 서초구의 노른자위 땅을 샀다. 그런데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이들이 원한 것은 포클레인에 의해 파헤쳐지지 않은 푸른 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우면산을 지키기 위한 우면산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첫 결실을 거뒀다. 13일 서울 서초구청에서 우면산내셔널트러스트(이사장 송정숙)가 GS칼텍스로부터 서울 서초동의 토지 980여 평을 44억5800만 원에 사들이는 '토지매매 계약 조인식'이 열렸다.

***"서울 시민의 허파를 훼손하지 말라"**

이번에 우면산트러스트가 매입한 토지는 예술의 전당에서 서초 나들목 사이의 구간이다. 이 지역은 2007년 완공 예정인 강남순환 도시고속도로와 가까와 우면산 일대 중 가장 강한 개발압력을 받는 곳이다. 토지 소유주인 GS칼텍스는 오래 전부터 이곳의 지리적 이점에 주목해 왔다.

농지로 규정되어 있어 개발이 제한되어 있던 이 지역의 토지용도가 변경되자마자 GS칼텍스는 이곳에 석유 저장 및 송유 시설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GS칼텍스는 도시계획 사업인가 신청을 냈지만, 인가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인가가 반려됐다. 1996년에 GS칼텍스는 인가요건을 갖추기 위해 인근 땅을 매입해 진입로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서초구청이 GS칼텍스가 매입하려던 땅을 먼저 매입한 후 GS칼텍스의 토지거래 허가신청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무렵부터 우면산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시작됐다. 지역의 환경단체들이 나선 것이다. 호의적인 여론을 등에 업은 서초구청도 이같은 노력을 지원했다.

소가 누워서 자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우면산(牛眠山)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산은 해발 293m의 작은 산이다. 하지만 고층 빌딩과 자동차 매연으로 가득한 아스팔트 위에 사는 이 지역 시민들에게 우면산이 품고 있는 150만 평의 녹지는 각별한 것일 수밖에 없다. 우면산을 아끼는 시민들이 그곳을 '서울 남부의 허파'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시민들의 움직임이 우면산트러스트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영국에서 120년 전에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주민들이 자발적 기부와 모금으로 모은 돈으로 땅과 건물을 공유재산으로 매입해 지역의 환경과 문화·역사유적을 지키자는 운동이다. 토지나 건물 매입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팔 수 있기 때문에 투기 목적은 애당초 끼어들 수 없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내셔널트러스트'를 비롯한 20개의 내셔널트러스트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의 활동을 통해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동강 생태계 보전지역 내 제장마을 토지 등을 매입하여 개발을 막아낸 사례가 있다.

우면산의 개발을 막아낸 우면산트러스트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국내에 소개된 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2003년 6월에 활동을 시작한 이 운동에 현재까지 18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참가자의 면면도 다양하다. 1993년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던 송정숙 씨가 이사장을 맡았다. 그밖에 김기수 전 검찰총장,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테너 임웅균 교수, 아나운서 고은정, 가수 김창완, 변호사 고승덕 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의 면면 만큼이나 이들의 활동방식도 다양했다. 프로 바둑기사들이 나서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동시에 대국하는 다면기를 열었다. 이렇게 모은 2500만원을 내놓았다. 테너 임웅균 교수를 비롯한 음악가들은 지역 음악회를 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아파트 단지에서 반상회를 통해 모금을 하고, 노인회는 회원들로부터 노인 교통수당을 모았다.

이렇게 32억 원을 모았다. 시민의 참여가 확대되고 다양한 명망가들이 동참하면서 GS칼텍스도 한발 물러섰다. 우면산트러스트가 모은 돈이 토지 평가액에 못 미침에도 훨씬 싼 가격에 땅을 팔았다. 기업의 소유였던 우면산 자락이 일부나마 시민의 것이 된 것이다.

***우면산 지키기, "가장 힘든 고비는 넘었다"**

우면산트러스트 송정숙 이사장도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우면산을 완전히 시민의 품에 끌어안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8000평의 땅을 매입할 계획이니까, 10퍼센트의 성취를 한 셈이다. 그러나 가장 힘든 고비는 넘었다고 본다. GS칼텍스와 같은 대기업이 환경보호라는 대의에 수긍함으로써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앞으로 진행할 매입과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

우면산내셔널트러스트는 계속 돈을 모아 나머지 토지를 사들이는 한편, 이번에 매입한 토지에는 야생화를 심어 가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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