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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의 문체로 세상을 읽어 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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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의 문체로 세상을 읽어 낸 영화

[오동진 대 김영진] 조지 클루니의 〈굿 나잇 앤 굿 럭〉

영화전문기자 오동진과 중견 영화평론가 김영진이 개봉영화 가운데 한 편을 골라 매주 벌이는 사이버 영화논쟁. 이번 주는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에 올랐던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 나잇 앤 굿 럭>을 골랐다.
오동진 :<굿 나잇 앤 굿 럭> 시사회때는 사람들에 따라 의견이 조금 갈리더구만. 영화를 많이 본 친구들은 조금 모자라다는 듯한 인상이었고 영화와 조금 비껴 사는 친구들, 특히 방송을 하는 친구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더군.
김영진 :나는 좋던데.. 당신은 어땠어?
오동진 :물론 나는 너무너무너무 좋았지. 어쨌든 그래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했지. 영화란, 자신의 삶의 경로에 따라 역시 갖가지 다른 반응들을 만들어 내게 하는구나,라는.
굿 나잇 앤 굿 럭 ⓒ프레시안무비
김영진 :이 영화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났던 건, 클라이맥스가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아서일 거야. 근데 난 그게 더 좋았어. 그리고 영화의 맛이라는 것도 있을 거야. 뭐랄까 음식에 비유하자면 이 영화는 조미료를 쓰지 않은 담백한 맛의 음식이라고 할까. 근데 이 영화는 거의 재연극처럼 건조하고 담백하게 진행돼.
오동진 :그렇지. 특히나 모노톤이니까.
김영진 :이걸 올리버 스톤이 만들었다고 생각해봐. 아마도 꽤나 요란했을걸.
오동진 :맞아. 무지하게 힘을 줬을 거야. 마이클 무어였으면 어땠을까? 더 요란했을 거야.^^ 어쨌든 나는 영화를 보고 이런 글을 썼었어.
"모든 장면이 다 인상적이고 가슴에 남지만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 중에서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매카시에게 한방 펀치를 날리는 방송을 한 날, 머로가 뉴스PD인 국장 프레디(조지 클루니)와 동료 그리고 스탭들과 한잔을 하러 가는 모습이다. 이 한잔 자리는 결국 새벽까지 이어지고 프레디는 여직원인 셜리(패트리샤 클락슨)에게 새벽신문, 특히 뉴욕타임즈를 사가지고 오라고 한다. 셜리가 바를 나가 길가 어디쯤 있을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가지고 다시 술집으로 돌아 오기까지 영화는 비교적 오랫동안 대사없는 묵음으로 처리된다. 마치 정지된 화면의 인물들처럼 머로와 프레디, 동료들은 아침신문을 기다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장면은, 아무런 장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친다. 방송을 한다는 것, 아니 방송이란 것, 그리고 그 방송을 본다는 것, 그 모든 관계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이다.
김영진 :흠, 그렇네. 근데 너무 감정이입돼서 본 것 아니야. 머로와 자신을?^^
오동진 :음... 그건 아니지만, 요즘엔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세상의 진실을 위해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슬픈 장면이 아니더라도 진짜 눈물이 나. 이게 영화여서 그렇지, 실제로는 얼마나 외롭고 힘든, 매 순간마다 어려운 결정들을 했을까, 라는 생각 때문에. 실제 삶에서는 대부분 타협하고 살잖아.
김영진 :난 거듭 말하지만 이영화의 담백한 톤이 좋아. 당장 어떤 현실적 선동을 해낼 수는 없을지라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이런 자세가 아닐까 싶어, 차분히 상대를 응시하는 그 태도...
오동진 :그래 정말 이 영화는 지금의 미국에 대해 냉철하고 차분하게 비판하고 반성하지.
김영진 :거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등장인물의 심리조차도 건조하게 그려내는데 그게 오히려 가슴을 치더군.
오동진 :그렇게 된데는 데이빗 스트라단의 연기가 출중해서였지 않아서일까 싶어.
김영진 :영화에서 머로가 카메라를 쳐다볼 때는 마치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어.
굿 나잇 앤 굿 럭 ⓒ프레시안무비
오동진 :기교면에서 보면 영화는 의도적으로 심플하게 간 것 같다는 인상을 줘. 50년대 방송국 내부 풍경이 그렇기도 했겠지만.
김영진 :맞아. 근데 그게 이 시대의 숱한 윤기나는 영화들에 대한 방부제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실제로 보면 굉장히 방송국 공간을 정교하게 분할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끌어냄에도 불구하고 결코 인물들에 대해 논평하지는 않거든. 이런 접근법은 할리우드 영화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저널리스트의 간결한 문체를 닮은 시각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오동진 :이런 점도 있었을 거야. 사실 당시 CBS는 나름대로 미국의 진보적인 사회이념을 이끌어 가고 있었던 곳이니까. 그 안에 있던 인물들의 편차가 그렇게 심했던 건 아니었을 거야.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 낼 만큼 허구의 인물들이 없었다는 얘기지. 그러니까 영화는 당시의 역사에 대해 매우 교과서적으로, 또 사실적으로 접근한 셈인데 오히려 그것이 더 큰 감동과 감정이입을 만들어 낸 것 같아. 매카시가 나오는 장면 모두를 다큐 화면으로 쓴 것도 효과 만점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김영진 :재밌는 것은 <컨페션>같은 클루니의 연출 데뷔작을 생각하면 이건 그 영화의 이란성 쌍둥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는 허구를 만들어 내는 괴짜 인물을 다룬 영화라면 다른 하나는 허구의 이념 공세를 하는 실제 현실을 냉정하게 비추는 영화란 거지.
오동진 :좋은 비교야. 근데 그건 어땠어? 영화를 보면서 조지 클루니가, 할리우드가 굉장히 성숙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김영진 :근데 이렇게 연출을 잘 하는건 조지 클루니의 힘인가, 스탭들의 능력을 비롯한 할리우드 시스템의 힘인가?
오동진 :음.. 조지 클루니의 힘... 나는 요즘 생각이 자꾸 왔다갔다 하는데,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민중(대중)이기도 하지만 때론 소수의 선각자들이 아닌가 싶어. 당시의 에드워드 머로처럼, 지금의 할리우드에서는 조지 클루니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런 인물이 있다는 게, 부러워.
굿 나잇 앤 굿 럭 ⓒ프레시안무비
김영진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대중의 힘이지만 거기에 영민한 엘리트가 매개자로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게 아니겠어?
오동진 :일종의 뱅가드 이론인데… 우리는 그런 뱅가드가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아니면 과잉인가? 어쨌든 이 영화를 포함해 요즘의 몇몇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할리우드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생각해?
김영진 :글쎄 잘 모르겠어. 하지만 할리우드에 분명히 현재의 미국정세를 심히 의식하는 영화인들이 있는 건 분명해. 그것도 그거지만 이런 영화를 보면 스토리에 대한 우리의 편협한 태도를 반성하게 돼. 현실보다 더 극적인건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어. 기라성같은 인물들의 대결스토리는 언제 봐도 재미있어.
오동진 :맞아. 불꽃이 튀지. 나는 제작방식같은 것에서도 뭔가 벤치마킹할 것이 있지 않나 싶어. 이 영화는 워너인디펜던트가 만들었는데 메이저가 인디를 수직계열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측의 행복한 결합같기도 해.그런 시스템이 우리에게도 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
김영진 :근데 클루니가 자기 저택을 저당 잡혀 투자를 받았다며? 그쪽도 역시 이런 소재에는 특정개인의 의지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
오동진 :에이 뭐 그래도.. 그 사람은 베니스에 엄청난 별장이 있고 자기 소유의 호텔도 짓고 있는데 뭐... 개념이 조금 틀리지. 저당을 잡혔다는 게.
김영진 :하하 그런가. 그래도 힘있을 때 잘 하잖아.
오동진 :맞아. 그래서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랫만에 매우 정직하고, 별다른 장치없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감동과 여운은 오래가는 작품을 봤다는 생각이 들어.
김영진 :클래식 할리우드 스타일로 가장 상식적이면서도 앞서 있는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 티내지 않고... 난 원래 이런 스타일의 영화 좋아하잖아.
오동진 :정통으로 진보를 지향한다, 뭐 그런 건가? 그러니까 클래식한 진보야. 클래식한 진보! 아 그거 좋은 표현같다.
오동진 :별점은?
김영진 :
오동진 :난 다섯. 오반가?
김영진 :약간...
오동진 :(약간 꼬리를 내리는 모습으로) 그럼 넷반만… 아무튼 흠잡을 생각이 별로 안드는 영화야. 어떻게 이런 영화에 흠을 잡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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