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이해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과 '바닥 민심'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이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청와대의 '이해찬 유임론'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동영 "바닥 민심 잘 새겨듣겠다"**
정동영 의장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바닥 민심을 잘 새겨듣고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해 나가겠다"며 "최근 상황이 당을 점점 어렵게 하고 시험대 위에 서게 하는 데 대해 당 지도부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고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의장 등 지도부는 조만간 소속 의원들을 연쇄 접촉해 '당심' 확인 절차에 착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는 이 총리 골프 파동을 둘러싼 의혹의 확산에 따른 여론의 변화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날 최고위원 만찬 자리에서도 '바닥 민심'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이 총리 해임의 찬반 여론이 엇비슷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이것이 맞는 것이냐. 여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이해찬 유임론' 밀어붙이기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여당이 무력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원들에게 총리 문제를 지도부에 맡겨달라고 한 만큼, 지도부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민하고 당의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이은 '의혹'…곤혹스런 당 지도부**
당 지도부의 이런 방침은 노무현 대통령의 귀국까지 당 안팎 여론의 추이를 살핀 뒤 어떤 식으로건 당의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총리실 주변은 물론 당내 친노 그룹을 중심으로 '이해찬 유임론'이 강하게 형성됐지만, '100만 원 내기골프' 의혹까지 나오는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마냥 청와대의 결정만 지켜보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이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까지 검토키로 하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굳히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골프 파동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하지만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해 당이 엇박자를 낼 경우 당청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와 함께 골프 파동을 놓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계파간 신경전이 가열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리멸렬한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어 정 의장을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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