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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앙코르 Walk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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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앙코르 Walk the Line

감독 제임스 맨골드 | 출연 호아퀸 피닉스, 리즈 위더스푼 수입,배급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 등급 15세 관람가 시간 136분 | 2005년 스타가수의 생을 다루는 전기영화로는 흔히들 두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그 인물 자체를 다루는 것이거나 아니면 그의 음악을 주로 다루는 것이다.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영화의 감동과 재미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건 말 그대로 '그때 그때 다르기'때문이다. 예컨대 레이 찰스의 얘기를 다룬, 테일러 헥포드 감독의 <레이>란 영화가 있다. 랩가수 에미넴의 얘기를 그린 커티스 핸슨의 <8마일>이란 작품도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재즈영화 <버드>도 생각날 것이다. 음악인을 다루는 영화가 음악영화가 되느냐 아니면 휴먼 드라마가 되느냐는 철저하게 그 영화를 만드는 작가의 몫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 록 가수 쟈니 캐시의 얘기를 그린 전기영화 <앙코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가지의 방향 모두를 오가는 작품이다. 한쪽으로 갔다가 적절히 턴을 해서 다른 쪽으로 가고, 다시 또 적당한 때 턴을 해서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는, 그 흐름이 마치 음악영화답게 매우 리드미컬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미 컨트리 록'따위'는 알지 못하는 신세대 관객들에게나, 쟈니 캐시라는 가수의 이름'따위'는 잊은지 오래인 매정한 관객들 모두에게 자분자분 이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화려했고, 어느 순간엔 또 얼마나 엉망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만큼은 늘 얼마나 좋았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나면 단박에 쟈니 캐시의 인생과 그의 음악 모두가 고스란히 가슴 속에 들어 오는 느낌이 든다.
앙코르 ⓒ프레시안무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은 쟈니 캐시가 약물중독에서 벗어난 후 자진해서 폴섬 교도소로 찾아가 재소자를 위한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위아래로 검은 색 정장을 하고, 다소 여의고 까칠한 표정으로, 화려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초라한 무대로 기타를 매고 오른다. 그리고 그는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랫말이 걸작이다. "아침일찍 늘 하던 산책을 하다가 코카인을 하고 애인을 죽였어 / 그리고 집에가서 잠을 잤어 / 소중한 총은 머리 아래 잘 뒀지 / 다음날 눈을 뜨고 그 총을 잡았어 / 코카인을 하고 도망을 갔지 / 멋지게 튀었는데 너무 느렸어 / 멕시코에서 결국 잡혔지 / 나중에 감옥에서 약을 먹었고 제리코 힐 경찰이 와서 이랬어 / 윌리 리 넌 잭 브라운이 아냐. 애인을 죽인 더러운 놈이야 / 체포될 때 검은 색 옷을 입었어 / 검은 색 옷을 입고 체포된 나를 기차에 태우고 데려갔어 / 보석금 내줄 친구도 없었지 / 지친 몸을 시골감옥에 처박더니 판사는 웃으며 펜을 들었고 폴섬감옥에서 99년 썪으랬어" 이 공연 이후 수천만 장이 팔린 그의 앨범의 타이틀곡 <폴섬 프리즌 블루스, Folsom Prison Blues>가 탄생하는 순간을 그린 이 장면은 전율이 느껴지는 노랫말처럼 흠칫 몸을 떨리게 할 만큼 이상한 감동을 준다.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건 자신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토로할 때라는 것, 세상의 진실에 정면으로 나설 때라는 것임을 이 장면은 톡톡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 <앙코르>가 쟈니 캐시라는 특정한 인물의 少史를 벗어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지친 삶에서 우리 모두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 자성과 참회의 실천은 무엇인가, 진정한 구원이란 또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케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앙코르>는 평이한 전기영화에서 새로운 전기영화로 한 걸음 훌쩍 뛰어 넘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서 줄곧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데는 전적으로 주인공 역을 맡은 두 남녀 배우의 공이 컸다. 호아퀸 피닉스는 기타를 매는 폼새부터 노래를 부르는 첫마디의 음색까지 어쩌면 그렇게 쟈니 캐시를 똑 닮았는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준 카터 역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도 실재했던 준 카터의 모습, 딱 그대로다. 할리우드 영화가 종종 위대하다고 느껴지는 건 출연배우를 과거에 실재했던 인물과 완전히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정교함에 있다. <앙코르>는 탄복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준 두 배우의 정열적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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