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각본 위시트 사사나티앙
출연 마하사무트 분야락, 상통 켓우통 |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예정 |
시간 99분 | 2004년 최근 태국 영화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는 뛰어난 작가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티즌 독>의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 역시 태국 영화의 세계화를 주도한 창작자다. 데뷔작 <검은 호랑이의 눈물>(2000)로 밴쿠버 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한 그는, 두 번째 영화 <시티즌 독>에서도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태국 특유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영화는, 현대 태국 도시와 도시인의 삶의 풍경에 초점을 맞춘다. 위시트 감독에 따르면 "<시티즌 독>은 본질적으로 태국적인 것에 바탕을 두고 태국의 현대적 모습을 재창조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청년 팟.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꿈을 찾아 방콕으로 온 팟은 통조림 공장에서 일을 하다 손가락을 잘린다. 잃어버린 손가락을 다시 찾은 팟은 한 빌딩의 경비원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거기서 뜻 모를 하얀 책에 몰두해 있는 젊은 청소부 진을 짝사랑하게 된다. 팟은 진과 좀더 가까워지기 위해 택시운전기사가 되지만, 진은 거리에서 우연히 알게 된 피터라는 서양인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 피터가 환경운동가라고 믿는 진이 환경운동에 투신해 플라스틱 페트병을 모으는 동안, 팟은 택시를 운전하면서 방콕의 여러 사람들과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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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즌 독 ⓒ프레시안무비 |
<시티즌 독>은 현대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벌어진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포착한 아시아 여러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1980년대 초반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이나, 2000년대 초반 중국 베이징이 무대인 <북경 자전거> 모두 이런 부류에 속한다. <시티즌 독> 역시 이 영화들과 주제 면에서는 유사하다. 하지만 위의 두 영화가 모두 리얼리즘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시티즌 독>은 판타지물의 성격이 더 강하다. 잘려나간 손가락이 저절로 주인을 찾아간다거나, 극중 진이 페트병을 모아 거대한 플라스틱 산을 만든다거나, 택시 운전을 하는 팟이 테디 베어와 말을 하는 소녀를 알게 된다는 설정 등이 그렇다. 특히 플라스틱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방콕의 도심 풍경은, 세계 곳곳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그 어떤 영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위시트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빚어낸 인물들은 영화에 시종일관 유쾌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도시화로 인한 개인의 소외와 환경 문제 같은 심각한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에 접근하는 방식은 전혀 심각하지 않다. 일단 주인공인 팟과 진의 경우 각박한 현실 때문에 그들이 느낄 법한 고통은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다. 짝사랑을 하는 내성적인 팟과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몽상에 빠져 있는 진 모두 상당히 낭만적인 색채가 짙은 인물이다. 택시운전을 하는 팟이 만나는 다른 인물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외롭고 고독한 현대 태국 도시인의 정서를 포착하는 가운데, 사랑과 소통의 가능성을 꿈꾸는 선량하고 동화적인 이야기가 흐른다. 영화 전편을 감싸는 화려한 색감과 경쾌한 음악은 이 이야기를 더욱 낭만적으로 포장한다. 태국 예술의 맥을 찾아보고 싶었다는 위시트 감독은 영화 전체의 색을 철저히 컨트롤하면서 울긋불긋하고 감각적인 비주얼을 뽑아냈다. 컴퓨터 그래픽이 상당히 많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세트 인테리어, 의상, 소품 등 프로덕션 디자인 전체에서 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또한 뮤지컬 장르를 차용한 도입부를 비롯해 시종일관 흐르는 다채로운 음악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근 태국 영화의 모던하고 세련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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