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찬란한 도서관, 두꺼운 전공서를 펴놓고 머리 싸맬 계절이 돌아왔다.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는 전공 용어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빼곡한 전공 서적을 읽다가 그대로 코 박고 잠들어 본 적이 있는 분들. 그런 이들을 위해 철학 박사 노영덕이 쉬운 미학 서적을 내놓았다. <일 포스티노>
<아마데우스><오픈 유어 아이즈> 등 총 10편의 영화로 10가지 미학 이야기를 풀어놓은 <영화로 읽는 미학>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 대중이 미학을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쉽게 이해하게 하기 위해 '영화'라는 징검다리를 이용하고 있지만 <영화로 읽는 미학>은 사실 미학 이론서에 가깝다. 데카르트는 인간 존재의 근거를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한 마디로 정의했다. 그러면 영화 에 등장하는 꼬마 로봇 데이비드는 어떤 존재일까?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 지능 과학 앞에서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가치로 '사고'가 얼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기에서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인간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것의 정체와 그런 느낌을 주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논리적으로 밝히는 것, 그는 그것이 바로 '미학(美學)'이라 말하며 책의 서두를 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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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미학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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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작렬하는 바닷가. 푸른 바다 위로 흰 갈매기가 날고 있다. 한 장의 그림 엽서처럼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한 섬. 섬에는 세계적인 시인과 그에게 오는 편지를 배달하는 우편배달부가 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사랑에 빠진 시골 우편배달부 마리오에게 '시'의 세상을 열어 보인다. 그것은 바로 은유(메타포)의 세상. 마리오는 바다와 바람, 태양, 풀잎의 소리,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은유와 시의 세상을 발견한다. 그리고 <영화로 읽는 미학>은 영화 <일 포스티노>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와 시학 이론을 독자에게 펼쳐 보인다. 쿠바 뮤지션들의 인생과 음악을 담은 빔 벤더스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얼굴엔 인생의 격랑을, 가슴엔 음악에의 열정을 고스란히 새기고 있는 노년의 뮤지션들을 바라보며 철학자 니체를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곡절 많은 삶을 살았지만 이를 한탄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고 그 슬픔을 음악으로 끌어 안는 뮤지션들의 '삶의 긍정'은, 진정한 환희와 기쁨은 그와 정반대에 있는 것을 통해 피어난다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에 맞닿아 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디오니소스적 세계를 추구한 니체의 철학을 서술한다. 천재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한 궁정 음악가 살리에리에 관한 영화 <아마데우스>는 고대의 '영감론'과 18세기 '천재 개념'을 설명하고, 인간 소통의 문제를 다룬 아네스 자우이의 <타인의 취향>은 칸트의 '취미 판단'을 이해하게 한다. 또한 미학 용어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친근한 '숭고미'를 설명하기 위해 공포 영화 <나이트메어>와 <지옥의 묵시록>이 동원되었다. 미학의 세계로 다가가기 위해 가장 친근한 코드로 영화를 선택한 <영화로 읽는 미학>은 미학 이론서인 동시에 영화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미학적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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