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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독특함'이란 한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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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독특함'이란 한계 뛰어넘었다"

<기자의 눈> '오아시스' 베니스영화제 수상의 의미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가 8일 오후(현지시간) 폐막된 제59회 베니스화제에서 감독상(이창동)과 신인 배우상(문소리)을 수상한 것은 지난 5월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한국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확실히 알리는 낭보였다.

이번 영화제에서 2개의 본상 외에도 3개의 번외상 등 총 5개의 상을 수상한 '오아시스'의 성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우선 이 영화를 만든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얻은 세계적인 호평은 자연스럽게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고 베니스영화제 주최 측은 ‘오아시스’의 완성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출품시한을 한달가량 연장해주는 배려를 해 주었다.

이 감독이 이러한 영화제 주최 측의 배려에 걸맞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자 현지에서는 본상은 물론이고 대상인 ‘황금사자상’수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력으로 당당하게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커**

아쉽게도 대상은 혹사당하는 세탁소 노동자들의 일상을 그린 영국감독 피터 뮬란의 ‘막달레나 시스터스’에 돌아갔으나 이번 감독상과 신인배우상 수상은 우리 영화계와 문화계에게는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다.

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부터 올해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취화선’ 까지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권에 들거나 특별한 언급을 받은 경우는 대부분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나 이국적인 문화가 주는 신선함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호기심이나 ‘지역안배’에 힘입은 바가 컸다.

하지만 이번 ‘오아시스’의 수상은 그런 오리엔탈리즘적 관심이나 국제문화계의 세력균형에 기댄 결과라기보다는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문제를 다룬 감독의 연출력으로 당당하게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오아시스’는 장애자인 ‘공주’(문소리)와 사회부적응자인 ‘종두’(설경구)가 어렵게 사랑을 키워나며 사회와 교류를 시도하려 하지만 친지, 가족 등 '정상인’들의 편견에 의해 방해받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즉 주류사회에서 마이너리티의 정체성과 권리 그리고 욕망의 문제에 까지 질문을 던져 서구사회도 고민 중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보는 것을 벗어나 자신들의 서구사회와 같은 ‘문명국’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런 과정은 50~60년대 사극영화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문화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구사회 일원’으로 정착한 일본의 예와 흡사하다. 한국을 지하철을 타고 자가용을 몰고 서구인들처럼 직장에서 일하며 ‘같은 고민’을 하는 보편적인 사회로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주연 문소리씨 연기파 여배우의 계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여배우 문소리씨의 수상도 그 의의가 크다. 문씨는 연극배우 출신으로 이창동 감독의 전작인 ‘박하사탕’에서 여주인공 ‘순임’역으로 영화계에 데뷔,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 후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대형 오락영화의 홍수 속에서 마땅한 배역을 얻지 못해 충무로의 상업영화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힘들었고 주로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연기활동을 해 왔었다.

문씨는 이번 작품에서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을 하기도 했고 비디오로 자신의 연기모습을 녹화하여 실제 뇌성마비자의 행태와 비교, 관찰하는 열성을 보였고 올해 초 촬영 중에 연기에 몰입하다 실제로 목이 마비가 돼 치료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베니스 현지에서도 이번 작품의 호연으로 하루에 6번의 인터뷰를 하는 등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고 일찌감치 수상가능성은 예상됐었다. 다만‘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중 어떤 상을 타느냐가 더 주목거리였다고 한다.

‘박하사탕’ 이후 독립영화에서 소화한 다양한 배역의 폭이나 연극으로 쌓은 탄탄한 기초로 볼 때 앞으로 문씨는 충무로에서 그동안 맥이 끊긴 연기파 여배우의 계보를 이어가는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페르소나’(영화감독이 작품 속에서 자신의 분신으로 삼는 특정배우나 캐릭터)로도 계속 큰 비중을 차지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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