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의정씨가 한 방송프로그램 녹화중 연예계 데뷔 후인 90년대 후반에 '고위층에 있는 분들'을 접대하는 자리에 불려간 적이 있다고 밝혀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연예인들을 술자리 등 사석에 불러들이는 사회지도층 일각의 부끄러운 행태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차례 총리 인준청문회 과정에 사회지도층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드러난 데 이어 이의정씨 발언까지 나옴으로써 우리 사회 지도층에 대한 대중적 혐오감이 높아져가고 있다.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일부 사회지도층의 맹성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고위층에 있는 분들 같았다"**
이의정씨는 지난 3일 KBS 2TV 심야오락프로그램 '해피 투게더' 녹화중 '연예계 데뷔후 은밀한 유혹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하던 중에 문제의 발언을 했다.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데뷔 초기에 약속이 있다고 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중국집에 들어갔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있었다. 고위층에 있는 분들 같았다. 도와주실 분들일 것 같아 자리를 함께 했다.
아저씨들이 자기네들의 엔도르핀이 생성될 수 있게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해 달라고 말해 당황했다. 황당해서 아무 것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으니까 '다른 연예인들은 잘하는데 왜 이렇게 못하느냐'고 몰아붙여 곤욕을 치렀다."
이씨 발언을 접한 방송사측은 발언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 부분을 삭제한 뒤 오는 26일 프로그램을 방영키로 했다. 그러나 이씨의 발언은 <스포츠 조선>에 실리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삽시간에 번져나갔고 5일에는 중앙일보에도 이같은 내용이 실리기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이모 PD는 이 문제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등 파문이 확대되자 "이 방송은 공개나 생방송도 아니고 방송용과 비방송용이 섞이게 돼서 그 부분은 편집한 것이고 원하면 원본 테잎을 보여 줄 수도 있다"며 "실제 말의 뉘앙스나 분위기도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덧붙여 "상식적으로 이상한 제의가 있었다면 그런 사실을 이의정씨가 프로그램 녹화 중에 말했겠느냐"고 반문하고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 과시욕에 행사 등을 할 때 연예인들 불러다가 노래도 시키고 하는데 그런 자리에서 이의정씨의 실제 성격이 드라마에 나온 것과 많이 다르고 해서 재미없다고 핀잔을 들은 정도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씨측, "고위층은 정계인사가 아닌 모그룹 사장"**
이의정씨측은 "방송하는 과정에서 한 주제를 가지고 두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살이 붙어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하고 "갔던 곳은 중국집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며 이상한 자리는 절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씨측은 그러나 어떤 인사들과 함께 했는지에 대해서는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모그룹 사장이었던 것 같고 그냥 밥 먹는 자리였다"며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정치권 등의 인사가 아님을 재차 강조하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출연할 때라 사람들이 '웃겨보라'고 했는데 이의정씨가 그런 걸 잘 못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은 이의정씨의 데뷔 출세작으로, 지난 96년 10월부터 99년 5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됐었다. 따라서 이씨가 술자리에 불러간 때는 이씨의 인기가 한창 높았던 97년이나 98년 무렵이었던 것을 추정되고 있다.
***검찰, 차제에 성상납 의혹 등 공개수사해야**
이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이의정씨의 솔직함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과연 문제의 고위층이 누구인지를 밝히라며, 사회지도층의 모럴 해저드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몇달간 진행중인 검찰의 연예계 비리 수사과정에 '성 상납' 의혹까지 제기된 점을 지적하며,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 연예인들을 호스티스로 취급하는 낯 부끄러운 관행이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한 네티즌은 "이씨의 고백은 일부 권력층이 자신의 권력을 앞세워 연예계 신인들을 출세시켜 주겠다며 술자리 등에 끌어들이는 행태가 아직도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 발언"이라며 "차제에 검찰은 연예계 비리 수사과정에 드러난 것으로 보도된 성 상납 관행등을 공개함으로써 이같은 행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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