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극장가에는 현재 16편의 영화가 나와 있다. 물론 10위권 밖의 영화들은 서울 관객 기준으로 3천명 이하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지금 우리 시장은 다양성의 최고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관객이 많든 적든, 어떻게든 시장에서 버티고 견디는 영화들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도 전국 6만 명 가까운 수치로 잘 버티고 있고 <뮌헨>같은 작품 역시 감독의 명성에 다소 어울리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의지를 가지고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않고 있다. 이 모두 긍정적인 신호들이다. 지난 주에는 첫 주 개봉작인 <음란서생>이 예상대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작품의 개봉에 앞서 제작사인 비단길, 공동 투자배급사인 아이엠픽쳐스와 CJ엔터테인먼트 모두 앞으로는 <왕의 남자>보다 <음란서생>에 주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이고 시사회 반응이 뜨거웠다는 얘기다. 하지만 <왕의 남자>의 폭발성에 비하면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이긴 하다. <왕의 남자>는 첫 주 115만 명 정도를 모았지만 이번 <음란서생>은 88만 정도에 그쳤다. 스크린수 역시 <왕의 남자>가 <음란서생>의 반쪽 정도였다. 관객 밀도감 면에서 <왕의 남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음란서생>의 성공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극장가가 진실로 '사극 붐'에 돌입하는 신호탄적 성격을 나타냈다는 것이고 이들의 보여주는 '사극'이 사실은 '사극'이 아니라는 것, 외피만 과거 조선조 시대이지 사실은 지금 이 순간을 얘기하려는 작품들이고 바로 그 점이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장르가 무엇이든, 영화란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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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 ⓒ프레시안무비 |
<왕의 남자>는 아마도 이번 주중 <태극기 휘날리며>를 앞서는,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이라는 신기원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200만 관객을 넘겨야 하지만 지난 주말까지의 집계상황을 놓고 볼 때 4~50만 정도의 관객밖에 남지 않은 수준이다. 무난히 그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사부일체> 는 607만 정도에서 조용히 마무리를 짓는 분위기다. <흡혈형사 나도열><구세주> 등은 한국영화의 상승세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것도 세게. 한국영화는 요즘 너무 잘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외화와 할리우드는 계속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케이트 베킨세일이 뇌쇄적인 알몸연기를 선보인다 한들 우리 관객들은 이제 더 이상 자막 있는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언더월드2>는 전편의 성공에 비해 전국 20만도 채 안 되는 개봉성적을 올림으로써 인기가 예전만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파이어월>의 한국 흥행소식을 들으면 주연배우인 해리슨 포드는 "늙는 것도 서러운데 너무한다"며 투덜댈지도 모를 일이다. 전국 17만 명 선에서 그쳤다.
지난 2~3주간의 박스오피스를 유심히 살펴 본 사람들은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로 꼽히는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가 한국 영화계를 요즘 제대로 '휘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왕의 남자><투사부일체><음란서생><뮌헨> 등이 모두 이 두 회사의 영화들이다. 두 회사끼리 표정 관리하느라 서로 전화도 안 한다는 소문이 도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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