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금 촬영중 ⓒ프레시안무비 | |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과 종로, 차태현과 전지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와 연세대학교,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연애의 목적>과 홍대 앞 부산 오뎅, 문소리의 노출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바람난 가족>과 평창동, 세트와 한복의 아름다움이 돋보였던 <스캔들-조선남여상열지사>와 남산골 한옥 마을,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와 예술의 전당 등 이 책을 보면 수많은 한국영화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의 주요 배경이었던 수색역과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서 종두(설경구)와 공주(문소리)가 춤을 추던 청계고가 등 현실에서는 사라지고 없는, 그래서 이제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의 공간도 중요하게 다룬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영화와 영화 속 장소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영화 속 명소를 촬영한 사진에 단순한 설명을 덧붙이는 안내 책자에 그치지 않고, 그 장소가 영화 속 어떤 장면에 쓰였으며, 영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까지도 분석해낸다. 특히 이 책은 서울의 다양한 얼굴이 담긴 영화 속 촬영지를 즐길 곳과 쉴 곳, 걸을 만한 곳, 지금은 사라진 추억할 만한 곳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친절하게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발품 꽤나 팔았음직한 사진까지 더해 '서울 관광 안내서'라도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서울시 곳곳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담겨 있다. 영화 속 에피소드와 촬영지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감독들의 구술을 정리한 '왜 이곳에서 찍었을까?'는 적당한 촬영지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막상 발견한 장소에서도 원하는 장면을 얻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던 촬영 뒷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런 촬영 에피소드를 알고 촬영지를 찾아가면 색다른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은 지금 촬영중>은 2004년 7월부터 2005년 4월까지 동아일보 지면에 연재된 '영화 속의 서울'을 한데 묶은 책이다. 동아일보의 장강명 기자는 이 꼭지를 연재하는 동안 매주 소풍가는 기분이었다고 서문에서 털어놓는다. 영화를 보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만약 여기에 소개된 한국영화 속 촬영지를 찾아간다면 저자와 비슷한 소회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한국영화와 서울을 새롭게 느껴보고 싶은 관객과 독자들에게 이 책은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줄 것이다. 이 책에 언급하고 있는 장소들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 '책 속의 소설'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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