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방은진 |
출연 엄정화, 문성근, 권오중, 현영, 김용건
시간 106분 | 2005년 |
화면비율 애너모픽 2.35: 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 |
출시 시네마서비스 <오로라 공주>는 지난해 한국영화계의 값진 수확으로 기억할 만하다. 비록 떠들썩한 흥행 성적을 거두거나 호들갑스런 비평적 상찬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분명 최근 한국영화가 소홀히 했던 영역을 돌파해 나가는 힘찬 기운을 보여주었다. '여성'이자 '배우'라는 세간의 이중적인 필터에도 불구하고, 방은진 감독은 영화의 완성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무수한 데뷔작들이 그저 그런 범작 수준에 그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와 시청각적 쾌감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평균 이상으로 충족시켰다. 지난해 연말 방은진 감독이 올해의 여성영화인 상과 영화평론가 협회 신인감독상을 받은 것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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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는 모성 때문에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초반부터 자동차 딜러 정순정(엄정화)의 잔인한 살인 행각을 보여준다. 아동을 구타하는 계모, 식당 종업원을 하대하는 사치스런 여성, 그녀의 늙고 부유한 정부 등등이 처참하게 죽어나간다. 사건을 수사하는 강력반 오형사(문성근)와 정형사(권오중)는 현장에 남겨진 오로라 공주 스티커에서 단서를 찾는다. 관객은 초반부터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정순정과 형사들이 벌이는 심리 게임을 목격하게 된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에서 쾌활하고 밝은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엄정화는 차갑고 서늘한 마스크로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능숙히 소화해낸다. 흔히 이 영화는 딸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친절한 금자씨>와 비교되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한결 진지하고 직접적이며 현실적이다. DVD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빼어난 화질과 음질이다. 대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AV 면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과 <혈의 누>를 거치면서 자기 스타일을 구축해온 최영환 촬영감독은 <오로라 공주>에서 보다 탐미적이고 섬세한 비주얼을 뽑아낸다. 현대 사회에서 싱글 마더와 딸이 처할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상황, 도처에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의 이미지는 그 어느 영화보다 강렬하다. 음성해설을 듣다 보면 "빠듯한 영화 제작 과정에서 약간의 예산이 남아 전체 디지털 색보정을 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덕분에 <오로라 공주>의 색감은 시각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됐다. DTS를 지원하는 음질 역시 파워가 넘친다. 대사와 영화음악의 전달력, 음향효과의 서라운드 채널 분리도 모두 뛰어나다. 특히 클라이맥스 쓰레기 매립지 장면 등의 효과음을 듣다보면, 애초 사운드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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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 ⓒ프레시안무비 |
서플먼트 역시 비교적 풍성한 편이다. 방은진 감독이 엄정화, 문성근, 권오중과 함께 한 배우 음성해설, 그리고 남종우 프로듀서의 진행 아래 방은진 감독, 최영환 촬영감독, 전수아 미술감독이 참여한 스탭 음성해설을 들을 수 있다.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만족감과 신뢰도, 스탭들의 꼼꼼한 제작과정을 엿볼 수 있다. 보너스 디스크에는 메이킹 필름('사건파일'), 배우 인터뷰 모음('순정과 그 사람들'), 그룹 베이시스 출신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정재형 음악감독의 작업 과정('이제 난 알아요'), 배우 이혜은이 출연하는 방은진 감독의 단편(<파출부, 아니다>) 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최영환 촬영감독이 디지털 색보정 전후 장면을 비교해 해설해주는 '살인의 색', 그리고 극중 반복 등장하는 오로라 공주 스티커 디자이너의 인터뷰('단서')도 흥미롭다. 영롱한 메뉴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스페셜 피처 항목이 다소 방만하게 흩어져 있다는 점은 옥의 티. 내용을 좀더 매끄럽게 구성해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배열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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