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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영화제의 힘, 아시아 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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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영화제의 힘, 아시아 영화의 힘

[FILM FESTIVAL] 제4회 방콕영화제를 다녀와서

'방콕의 압구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시암 스퀘어에 거대한 건물이 들어섰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는 '시암 파라곤'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일반적인 쇼핑몰의 두 세배에 이르는 천정의 높이를 지녔고 그야말로 광활하다는 표현 외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에는 당연하게도 멀티플렉스와 컨벤션 센터가 입점해 있었다. 바로 그 전시장과 멀티플렉스에서 지난 2월 17일부터 제4회 방콕 국제영화제(BKKIFF)가 열렸다. 여러 장소에서 분산돼 개최됐던 지난 해에 비교할 때 취재기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방콕이라는 도시는 서구인들에게 '아시아의 대표 도시'로 느껴지는 곳이다. '아시아의 베니스'라는 별명을 지녔으며 1980년대 중반을 수놓은 히트송 'One Night In Bangkok'을 비롯한 수많은 텍스트들에서 그 유명세와 이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방콕영화제가 열린 시암 파라곤 거리(좌), 방콕영화제의 상영관 팩 하우스의 내부 풍경(우). ⓒ방콕영화제
 국제 영화제가 열린 것은 이번이 네 번째. 태국 관광청이 주관하는 만큼 '방콕 알리기 축제'의 성격이 강했거나 혹은 미국인으로 구성된 프로그래머들 때문에 '변방의 할리우드 영화축제'의 느낌이 강했던 전회들에 비해 올해는 좀더 아시아 영화의 중심에 다가선 느낌이다. 아시아영화로 다른 영화제와 차별성 꾀해 올해는 개막작부터가 달랐다.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태국 감독 펜엑 라타나루앙의 신작 <보이지 않는 물결>이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그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일본의 아사노 타다노부. 여주인공은 우리의 강혜정이었다. 영화의 내용은 홍콩에서 살인을 저지른 일본인 남자가 크루즈로 태국의 푸켓까지 가는 여정 속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태국 감독, 홍콩 로케이션, 일본인과 한국인 배우로 이뤄진 이 '다국적 영화'는 마치 아시아 영화의 샘플러와 같은 느낌을 지니고 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보이지 않는 물결(좌), 보이지 않는 물결의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과 취재진들. ⓒ방콕영화제
 태국의 역사를 다뤘던 지난 해의 개막작 <시암 르네상스>와는 사뭇 다른 관점의 선택이었다. '태국을 알리자'는 취지보다는 아시아 영화의 중심에 접근하고 싶어하는 태국 영화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콕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이 베를린국제영화제와 기간이 살짝 겹치는 애매한 일정 속에 어떻게 차별화를 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 역시 발견된다. 욕심 부리지 않고 지난해 세계 각국의 영화제들을 통해 잘 알려진 화제작들을 위주로 선정했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호평 받았던 팔레스타인 영화 <파라다이스 나우>나 캐나다에서 활동중인 인도계 여성 감독 디파 메타의 <물>에 이르기까지 화제의 아시안 영화들과 와인스타인 형제 제작자가 미라맥스로부터 독립한 후 내놓은 야심작 <트랜스아메리카>나 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포인트>와 같은 뜨거운 영화들이 상영됐다. 한국영화로는 <친절한 금자씨>가 경쟁부문에, <형사 Duelist>와 <연애>가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대장금>이 공전의 인기를 얻고 있는 태국에서 이영애가 엄청나게 다른 모습으로 주연한 영화가 상영돼 관심을 집중시켰다.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된 형사 Duelist(좌),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친절한 금자씨(우). ⓒ방콕영화제
 일반극장에서는 역시 할리우드가 강세 영화제 바깥, 방콕의 극장가를 살펴보면 절대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개봉돼 큰 인기를 얻고 있었으며 곧 개봉할 <브이 포 벤데타>의 광고판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는 태국 영화들의 간판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물결>의 광고물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이 영화에 대한 태국인들의 관심도를 알 수 있었다. '머리만 있는 유령'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특이한 장르의 영화 <고스트 오브 발렌타인> 역시 태국 영화도 다양한 장르적인 시도를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일반 극장가에서는 <가문의 위기>나 <웰컴 투 동막골> 같은 우리 영화들 역시 대규모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태국 관광청의 사두디 상닐에 의하면 "한국영화들은 최근 <새드무비>나 <파랑주의보>와 같이 유명배우를 앞세운 로맨스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웰컴 투 동막골> 등 다른 장르들의 영화들에도 호기심을 보이는 태국 관객들이 많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영화 파라다이스 나우(좌), 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 포인트(중), 인도계 여성 감독 디파 메타의 물(우). ⓒ방콕영화제
 태국의 영화관람료는 평균 120바트,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다. 태국의 대졸 초임이 1만 바트, 3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은 관람료다. 하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시원한 실내에서 장시간 머무르는 것을 좋아하는 태국 관객들에게 영화는 매우 중요한 여가활동이다. 전통적으로 탄탄한 시장을 바탕으로 자국 영화가 연간 40~50편 정도 만들어지는 등 아시아 영화의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곳임을 알 수 있다. 방콕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쇼핑 장소 중의 하나이며 또한 아시아의 독특한 문화와 세계화가 공존하고 있는 퓨전 도시다. 아시아에서 가장 거대한 쇼핑 몰에서 이뤄지는 세계 영화제. 방콕영화제의 정체성은 이렇게 그 개최공간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예술성을 강조하는 영화제라기보다는 영화광인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매우 대중적인 영화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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