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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전 일보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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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전 일보 직전'

시아파 성소 폭파에 수니파 사원 90곳 공격ㆍ10여명 살해

이라크 시아파의 유명 이슬람사원이 폭파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수니파 사원 90곳이 공격을 당하고 수니파 대원 11명이 살해 당하는 등 이라크의 종파간 갈등이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진행되던 이라크 새 정부 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아파 성소 공격으로 무너져…시아파 보복공격으로 유혈사태까지**

이번 사태는 지난 22일 새벽(현지시간)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에 있는 시아파 최대 성소 중 하나인 알-아스카리 사원이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폭파되면서 시작됐다. 이 공격으로 1905년 완공돼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사원의 황금돔이 무너져내렸다.

이라크 당국은 파괴된 건물더미를 뒤져 고유물과 코란을 수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아직까지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황금돔이 파괴된 아스카리야 사원은 시아파가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하마드의 후계자로 보는 제10대 이맘(종교지도자)인 알리 알-하디와 그의 아들로 11대 이맘인 하산 알-아스키리의 영묘가 있는 곳으로 시아파의 최고 성지 중 한 곳이다.

알-아스키리는 시아파가 예언자의 혈통을 잇는 마지막 이맘으로 보는 제12대 이맘 무하마드 알-마흐디의 아버지다. 시아파들은 서기 9세기에 돌연 사라진 알-마흐디가 지금까지 살아 있으며, 언젠가 이 사원 주변에 다시 나타나 구원자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시아파가 순례지의 하나로 삼고 있는 아스카리 사원 공격은 그 상징성 때문에 시아파의 분노를 촉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공격에 대해 시아파는 수니파의 행위로 추정된다며 즉각적인 항의 시위와 보복공격에 나섰다. 수니파 조직인 이라크이슬람당에 따르면 바그다드를 비롯해 이라크 전역의 수니파 사원 최소 90여 곳이 시아파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중 3곳은 폭발물로 건물이 완전히 파괴됐고 일부는 방화로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아파의 공격으로 수니파 성직자 3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하는 등 상황은 유혈사태로까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는 경찰 복장을 한 무장괴한이 16대의 승용차로 교도소에 난입, 이곳에 수감돼 있던 수니파 저항세력 등 최소 11명을 살해했다. 희생자 중에는 이집트, 사우디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시아파 내에 "총궐기를 통해 수니파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어 두 종파간의 유혈 충돌이 '이라크 내전'으로까지 치닫게 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시아파의 보복공격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군과 이라크 당국은 우려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야간통금을 실시하는 등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 종파간 폭력사태의 시발점이 된 아스카리 사원 폭파의 범인으로 알카에다를 지목했다. 미 국무부의 이라크정책조정 담당 제임스 제프리 본부대사는 "우리는 이번 폭파가 자르카위의 알카에다 운동 소행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제프리 대사는 자르카위가 예전부터 시아파 목표물을 공격해 내전을 유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는 점을 꼽았다.

***이라크 지도자들 자제 촉구…새 정부 구성 사업 차질 빚을 듯**

이라크 지도자들은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대(大)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성명을 통해 아스카리야 사원 공격을 규탄하되 수니파 사원을 보복공격하지는 말라고 촉구했다.

수니 쿠르드족 출신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과도정부 대통령도 시아파의 자제를 요구하며 "우리는 이라크의 화합을 해치려는 중대한 음모에 직면해 있다"며 "내전 위험을 막기 위해 모두가 단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시아파 소속인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는 사흘 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국민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이라크 지도자들이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시아파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새 정부 구성 작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라크는 작년 1월 제헌의회 총선 후 과도정부 구성까지 내부 폭력 사태 등으로 인해 3개월이 소요된 바 있다. 그와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애초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시아파 통합이라크연맹(UIA)에 의해 차기 총리로 내정된 자파리 과도정부 총리는 새 정부 구성 작업이 내달 중순 이전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탈라바니 과도정부 대통령도 지난 20일 바그다드 주재 일본 대사를 만나 각 정파가 연립정부 구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1개월 안으로 새 정부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자파리 총리가 새 정부 총리에 내정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알-사드르를 추종하는 민병조직 알-마흐디군이 수니파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고 있어 이들의 희망대로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알-마흐디군의 무차별 보복공격은 자연스럽게 수니파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이들이 지지한 자파리 총리가 주도하는 새 정부에 수니파가 참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자파리 총리가 수니파 저항세력의 자살폭탄 공격이 이라크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며 비난해 온 수니파로서는 연정 참여 거부를 선언할 공산이 높아 '이라크 안정'의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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