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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등' 김근태, 왜 또 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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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등' 김근태, 왜 또 졌나?

'이미지' 변신에 치중…메아리 없는 고건․강금실 '러브콜'만

이번에도 '만년 2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연초 당 복귀 '신고식'부터 마지막날 후보자 연설까지 가는 곳마다 "바꿔야 산다"로 포문을 열었음에도 김근태 후보는 결국 당의 간판을 바꿔내는 데에 실패했다.

당의 최대 주주인 정동영 후보 진영의 기반을 한꺼번에 뒤엎기엔 '불가항력'인 측면이 처음부터 다분했지만, 김 고문이 스스로 패배로 가는 길을 택해 온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이미지 변신'에 치중, '컨텐츠 승부'는 실종**

김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단히 달라진 모습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햄릿' 혹은 '뒷북'이라는 별명을 털어내려는 듯, 직설화법을 사용한 공격적 태도로 정 후보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깍듯한 인사 대신 손가락 경례를 이미지화하며 역동적 모습을 보이는 데에도 주력했다. 분명 과거의 김근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 후보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고 자신의 변신을 설명했다. 정 후보에 비하면 지지율, 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 후발 주자로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선거전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후보의 이런 변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의 주종은 그의 자산이나 마찬가지인 '컨텐츠'를 상쇄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전대에서 김 후보가 컨텐츠 승부를 전면화하는 데 소홀했던 점이 '막판 뒤집기' 실패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제시한 "헌법 개정을 통한 부동산 공개념 도입" 요구는 구체적 방법론으로 뒷받침되지 못했다. 분양원가 공개 약속은 한때 정 후보에 대한 공격의 도구로 사용했을 뿐, 경선 막판까지 의미 있는 이슈로 끌고 가지 않았다.

"미국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이라크 주둔군에 대한 일정표을 내놓지 않는다면 미국과 신중한 의견교환을 전제로 철군 내지는 감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말도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당권파 책임론'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정작 '개혁의 아젠다'를 끌고가는 데에는 그다지 공력을 들이지 않은 셈이다. 뚜렷한 정책적 이슈와 비전으로 국민적 호응을 불러일으켜 취약한 당내 조직력을 정면돌파 하는 방식은 이런 대목에서 중도에 자진 포기됐다.

***'위기'의 본질 회피…고건-강금실에 매달려**

여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이에 대한 처방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최대 관건인 지방선거 승리 비전을 당 밖에서 찾은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김 고문은 선거기간 내내 '범양심세력 대연합'을 주장했다. 명칭도 모호했을 뿐더러 사실상 고건 전 총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주변을 맴도는 '선거공학'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당의 전당대회에 당 밖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주객전도는 김 고문이 주도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에 따라 고 전 총리와의 전격 회동을 성사시켰지만, '그림 만들기' 이상의 의미로 발전할 수 없었다. 강 전 장관이 "정치를 한다면 김근태와 할 것"이라고 말했다던 전언은 강 전 장관의 즉각 부인으로 오히려 김 후보를 난처한 처지로 내몰았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선거가 막판에 이르자 강도를 더해 '정동영 개인기'냐 '김근태 연합군'이냐로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더욱이 고건-강금실 끌어들이기는 김 후보만의 주장이 아니었기에 차별화된 이슈가 되기도 어려웠다. 김 후보 측에선 "우리가 먼저 제기한 이슈를 곧바로 상대 진영이 따라해 쟁점으로 만들기가 힘들었다"는 볼멘소리만 나왔다.

한편 여권 전반의 반성이 결여된 특정 후보 흠집내기는 '네거티브' 이미지만 얻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당과 함께 청와대와 정부의 난맥상을 겸허히 반성하고 쇄신을 다짐하는 모습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관료 책임론'을 주장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는 한마디도 거론하지 못했다. 대연정 제안의 오류도 지나간 일로 치부했다. 오히려 김 후보 측은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는 정 후보 측의 역공에 전전긍긍했다.

이 같은 점들은 결국 김 후보가 당권 경쟁에 '올인'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대권을 내다보고 차라리 개혁 컨텐츠로 승부해 의미 있는 2등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일부의 지적이 '순진한 조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는 김 후보가 이런 패배의 교훈을 딛고 본 게임인 대권 경쟁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후보가 이제 당 의장으로서 주도하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김 후보에게 제2의 기회도 얼마든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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