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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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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

[한재권의 Mosic & Muvie] 〈펀치 드렁크 러브〉

이번 주부터는 영화 및 매체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재권 음악감독의 음악칼럼을 새롭게 선보인다. [한재권의 Mosic & Muvie]는 음악감독 한재권이 펼쳐놓는 영화와 음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길 예정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펀치 드렁크 러브>로 [한재권의 Mosic & Muvie]의 문을 연다.
<펀치 드렁크 러브>(2002)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 음악 존 브라이언 입춘이 지나고 2월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는 요즘, 봄날의 따스함이 못내 그리워 미친 척하고 제법 화사하고 얇은 옷을 입었다가 호된 고뿔님의 왕림을 맞이하사 목하 고생중이다. 감기약을 복용한 탓에 안 그래도 멍멍한 청력이 거의 마비가 될 지경이고 하루 종일 세상의 소리가 아닌 것 같은 윙윙대는 소음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중이다.
펀치 드렁크 러브 ⓒ프레시안무비
<리노의 도박사>(원제 The Hard Eight 1996)와 <매그놀리아>(2000), <부기 나이트>(1997) 등으로 비평과 상업성, 양쪽 모두에게 환영받는 21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미완의 대기, 폴 토머스 앤더슨이 2002년도에 발표한 <펀치 드렁크 러브>에는 영화 내내 이런 소음들이 들리고 그것은 심지어 사운드트랙으로까지 발매가 되었다. 음악이라기 보다는 흡사 효과음을 가르키는 영화사운드 전문용어인 앰비언스 (Ambience) 모음같은 이 음반을 들을 때마다 어느 계절이건 필자는 나른한 봄날 오후를 떠올리게 되는데 딱 요즘같은 심정과 기분에서는 그 어느 훌륭한 음악보다도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누이들이 많은 가정에서 자란 (자그마치 일곱!) 배리(아담 샌들러)는 푸딩회사가 판촉의 일환으로 제품에 붙여 발행하는 쿠폰을 모아 차곡차곡 비행 마일리지나 각종 경품을 손에 넣는 것을 낙으로 살아가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일용직 근로자이다. 제대로 된 연애라고는 해 본적도 없고 자신안에 내재하는 강박증과 평균과는 사뭇 이질적인 가정 환경에서 자란 이유 때문에 사회적이지도 못한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엄습해오는 비열한 맹수같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그만 악덕 폰섹스 업자 딘(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에게 개인 정보를 흘려 이리저리 휘둘리고 급기야 돈까지 빼앗기게 될 위기에 놓인다.
펀치 드렁크 러브 ⓒ프레시안무비
그런 와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레나(에밀리 왓슨)라는 여인을 통해 숨겨져있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 내고 있는 이 영화는 주인공 배리의 약간은 자폐적인 청각으로 세상을 들려주고 그 소리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몽환적이면서도 미니멀리즘적인 음악을 선사한다. 가령 마일리지 경품 쿠폰 때문에 푸딩회사 홍보담당자와 통화중인 배리의 모습에서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설전을 벌이는 그의 말빨을 결코 스마트해 보이지 않게 하는 장치적인 역할을 해낸다거나, 레나와의 첫 만남과 어설픈 몇 번의 데이트 중에도 끊임없이 흘러나와 순진한 30대 남성의 설레임을 표현해내는 감성적인 기능도 들려주고 있다. 앤더슨 감독은 그의 전작이었던 <매그놀리아>를 통해 음악가 존 브라이언을 만났고 존은 앤더슨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을 포근하게 음악으로 감싸주었다. 존 브라이언은 최근작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미쉘 공드리 감독의 매우 특별한 감수성을 꼼꼼하게 음악으로 표현해 내, 40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 비로소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칼바람이 목을 타고 스며들든, 녹지 않은 눈길에 넘어지지 않으려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는 때이든, 아직은 시원한 맥주 한잔보다 따끈한 정종 한잔이 더 당기는 시기이든 상관없이 <펀치 드렁크 러브>의 OST를 듣고 있노라면 시간은 가고, 세월이 흐르니, 마침내 봄날은 온다는 것이 느껴진다. 봄날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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