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 감독이 실험 중인 포백 수비는 '양날의 칼'이다. 포백 수비는 좌우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인 있는 반면에 수비 시에 윙백들의 순간적인 공백을 중원에서 메우지 못하면 위기 상황을 맞기 때문.
지난 1일 펼쳐진 덴마크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특히 후반전에 자주 이런 문제점을 드러내며 1대3으로 무릎 꿇었다. 포백 수비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2명 간의 호흡도 문제였지만 미드필드에서의 커버 플레이도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포백 수비 안정을 꾀하기 위해 지난 5일 비공개로 치러진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더블 볼란테 체제(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 두는 방식)'를 처음 사용했고, 9일 LA 갤럭시와의 경기에서도 이 체제를 지속할 예정이다. '중원의 싸움닭'인 김남일과 이호를 동시에 내세워 우선 포백 수비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스페인어로 방향타라는 뜻을 지닌 '볼란테(Volante)'는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나타내는 용어. 수비형 미드필더는 주요 임무는 중원에서 상대방 선수의 공을 강한 몸싸움을 통해 빼앗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을 빼앗은 뒤 빠른 역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교한 패싱 능력이 있어야 하며 때로는 최종 수비라인의 커버 플레이도 수행해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대표하는 선수는 프랑스 대표팀의 클로드 마켈렐르(첼시). 마켈렐르와 지단이 같이 뛰었던 레알 마드리드에는 한 가지 공식이 있었다. 중원에서 마켈렐르가 상대의 공을 가로챈 뒤 지단에게 곧바로 찔러 주는 방식이다. 그 만큼 마켈렐르는 1대1 대결에서 강했고 패스능력도 뛰어났다. 마켈렐르가 첼시로 이적한 뒤 레알 마드리드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켈렐르의 중요성은 증명된다.
한국 대표팀에서 마켈렐르와 같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는 김남일과 이호다. 지난 1월 16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전지훈련에서 두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해 왔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중원 강화와 함께 아직 확실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포백 수비 지원을 위해 김남일과 이호를 동시에 기용하는 선택을 했다. 만약 두 선수가 같이 출격하는 '더블 볼란테' 체제가 성공할 경우 김남일과 이호는 경쟁자가 아닌 둘도 없는 중원의 동반자가 되는 셈이다.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개개인 능력이 뛰어난 프랑스, 짜임새 있는 조직력에 강점이 있는 스위스와 들쭉날쭉한 전력이지만 잠재력이 무한한 토고와 맞붙는 한국은 중원에서 상대 팀을 제압하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원에서 두 대의 '진공 청소기'를 함께 가동하는 '더블 볼란테' 체제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포백 수비를 위해서도 '더블 볼란테' 체제는 필요하다. 대표팀의 막내 수비수 김진규가 "김남일, 이호 형처럼 공격과 수비력이 동시에 좋은 선수 두 명이 더블 볼란테를 보면 수비라인까지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를 뒷받침 하는 대목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9일 LA 갤럭시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와 상의해 포백을 고수할지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라며 LA 갤럭시 전이 사실상 포백 수비의 최종 시험무대임을 분명히 했다.
포백 수비는 4명의 수비수 간의 유기적인 호흡은 물론 미드필더들의 커버 플레이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김남일과 이호가 LA 갤럭시 전에서 어떤 활약을 해주느냐는 문제는 포백 수비 성공의 필요조건과 맥이 닿아 있다.
아드보카트호는 9일 오후 1시(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홈디포센터에서 미국프로축구(MLS) 명문 LA 갤럭시와 평가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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