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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양국이 밀실에서 적당히 마무리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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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양국이 밀실에서 적당히 마무리 시도

[DJ상보 3] JP-다나카의 DJ납치사건 협상 전말

5일 정부가 김대중 씨 납치사건 관련 외교문서를 공개함에 따라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와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총리가 마침내 사건을 정치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나눈 긴밀한 대화가 30여 년이 지나 빛을 보게 되었다.

사건 발생 50여 일이 지난 1973년 11월2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JP와 다나카 총리가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당시 양국이 사건 진상규명보다는 밀실에서 적당히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정황을 엿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다나카 총리가 납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던 주일 한국대사관 김동운 서기관 문제와 관련, "김동운의 행위에 공권력이 개재된 것이 판명되면 새로이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JP는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 다테마에(겉치레)로 얘기해 두려는 것인가"라며 진의를 물었다.

이에 다나카 총리는 "다테마에"라고 대답, 일본 정부 또한 여론이 바라는 진상규명보다는 적당히 한국과 타협하는 식의 해결 방안을 원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나카 총리는 이어 "김 총리의 방일로 이 문제 해결에 있어서 명분이 좋아졌다. 이것을 계기로 끝을 맺기로 하자"면서 "수사본부는 서서히 눌러가면서 없애겠다"고 말해 사건을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다나카 총리는 한국의 유력한 야당지도자로서, 한일관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DJ에 대한 껄끄러운 시선을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냈다.

DJ의 향후 거취와 관련, 다나카 총리는 "그가 일본에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 사람이 그 만한 정치적 센스도 없으면 장래성도 없는 사람으로 본다. 아무튼 그 사람은 여기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는 또 DJ가 일본에서 행한 박정희 정권 비판활동을 의식한 듯 "그런 자는 일본에게도 매우 곤란하다. 그런 자를 (일본 내에) 그대로 둘 수 없다"면서 그가 일본에 올 경우 내쫓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자리에 배석한 오히라 마사요시 당시 일본 외상은 "(DJ 납치사건에)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일단락 짓기는 했으나 앞으로 만일 공권력이 개재됐다는 사실이 나올 경우 일본으로서는 한국정부에 대해 새로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염려 없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JP는 "공권력 개입이란 절대로 없다"며 안심시킨 뒤 "수사는 한국에 완전히 일임하기로 확인하자"며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차단하려고 시도했다.

JP는 나아가 다나카 총리에게 "대통령께서도 당신 입장이 난처하지 않도록 배려할 것이니 이제 앞으로는 김대중 사건은 완전히 잊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다나카 총리는 "지나간 얘기를 자꾸 되풀이해봐도 의미가 없으니 이제 이 문제는 `파'(골프용어)로 합시다"며 "私も開き直ったから(`나도 바뀌었기 때문에' 정도의 의미. 문서에 일본어 그대로 표기)"라고 말했다.

그러자 JP는 "그것은 지난 번 `홀인원'을 하더니 거기서 자신을 얻어서 "`開き直る'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다나카 수상은 "홀인원은 우연이었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진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라 외상이 "앞으로 재일 한국외교관의 외교 이외의 행동은 삼가해주기 바란다"고 하자 JP는 "앞으로 조용히 정리하겠다"며 약속하기도 했다.

JP는 또 "수사를 한국에 일임한 이상 일본 정부는 각료회의 개최 때까지 수사결과가 나왔느니 안 나왔느니 해서 또 다시 각료회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말해 DJ사건 때문에 9월로 예정됐던 한일 각료회의가 연기된 데 따른 초조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시로쿠 도라오 주한 일본대사가 사건 발생 7일 후인 1973년 8월15일 윤석헌 당시 외무차관과 차관실에서 만났을 때 사견을 전제로 한국정부의 사건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사실도 이번 문서 공개를 통해 드러났다.

우시로쿠 대사는 당시 윤 차관에게 "솔직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김대중 납치수법이 매우 숙달돼 경찰을 능가한 점과 김대중이 제3국으로 가거나 죽지 않고 자기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아 어떤 기관이 개입했다는 추측을 많이 하게 된다"고 지적해 우리측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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