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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한 컷의 힘…마호메트 만평 파문 날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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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한 컷의 힘…마호메트 만평 파문 날로 확산

서구 언론들 가세…정치ㆍ외교 분쟁으로 확장될 가능성

언론의 자유가 우선일까? 타종교에 대한 존중이 우선일까?

덴마크의 일간지 〈질란츠 포스텐〉이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화를 실으면서 시작된 파문이 날로 확산돼 서구와 아랍의 문화 충돌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유럽의 언론들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잇따라 덴마크 일간지 편을 들고 나선 데 이어 이슬람권은 덴마크 제품 불매운동과 대사 소환 등 강경한 반발을 굽히지 않고 있다.

***12컷 만화가 부른 파문의 전모**

이번 파문은 지난해 9월 〈질란츠 포스텐〉이 마호메트가 머리에 폭탄 모양의 터번을 얹고,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해 하늘나라에 온 아이에게 "(상으로 내줄) 처녀가 다 떨어졌다"고 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12컷짜리 만평을 실으면서 시작됐다.

이슬람권이 이 만화가 종교의 신성성을 모독했다며 즉각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슬람교는 마호메트의 우상화를 방지하기 위해 형상화를 엄금하고 있는데, 덴마크 일간지가 감히 마호메트를 풍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폭탄을 머리에 얹고 있는 마호메트의 그림이 테러와 이슬람교를 연결시킨다는 항의도 거셌다.

이슬람권의 거센 반발 이후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으나, 지난해 12월 노르웨이의 한 기독교계 신문이 이 만화를 다시 실으면서 충돌은 본격화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가 덴마크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고, 덴마크 제품 불매운동 등에 나선 것이다.

결국 지난 1월 30일 파문의 진원지였던 〈질란츠 포스텐〉이 "이슬람교를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며 "그 만화들이 이슬람교도들을 수치스럽게 만든 데 대해 사과한다"고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서구 언론 '표현의 자유' 주장하며 가세…이슬람권 "이슬람 모독이다"**

그러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구 언론들이 〈질란츠 포스텐〉을 거들고 나서며 문제의 만화를 잇따라 지면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지 〈프랑스 수아르〉는 1일, 신문 1면에 "우리는 신을 만화로 그릴 권리가 있다"는 제목과 함께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신들이 구름 위에 떠 있는 만평을 실었다. 이 만평에는 기독교 신이 "불평하지 마시오, 마호메트. 우리는 이곳에서 모두 만화로 그려졌잖소"라고 말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더욱이 신문은 〈질란츠 포스텐〉이 게재했던 문제의 만화를 그대로 옮겨 싣기도 했다.

독일의 〈디 벨트〉도 "가장 신성한 대상에 대해서도 풍자할 수 있다는 점은 타협할 수 없는 우리 문화의 전통"이라며 이슬람에 풍자를 극복할 능력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도 주요 이슈로 떠오른 문제를 보도하는 것은 신문의 특성이라며, 만화의 일부를 개재하고 매번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변명할 필요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슬람권은 이 같은 서구 언론들의 덴마크 지원 움직임에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이슬람종교평의회(CFCM)의 다릴 부바케르 의장은 서구 신문들이 '도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중도 성향의 프랑스 이슬람교 신학자 소하이브 벤셰이크도 서구의 언론 자유 개념이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러시아에서는 이슬람교 연합체뿐 아니라 정교회측도 서구 신문들의 만평 게재를 비난하고 나섰다. 독일 내 터키의 공동체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부르한 케시치는 서구 신문들이 이슬람교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격하시켰다"고 주장했다.

***정치·외교 마찰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

이처럼 서구 언론들과 이슬람교의 충돌이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수그러질 줄 모르는 가운데, 이슬람교의 반발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어 자칫 외교적 마찰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아랍권에서는 덴마크 제품 불매운동뿐 아니라 거리 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고, 터키에서도 덴마크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1일에는 이라크 바드다드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덴마크의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덴마크 기업들이 지금까지 550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고 소매업체 알라 푸드의 경우 매일 240만 달러 상당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일 보도했다. 프랑스의 대형 할인점 까르푸도 덴마크산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이슬람교도들의 반발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 외교적 마찰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랍 17개국 각료들은 지난달 31일 덴마트 정부에 <질란츠 포스텐>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에 이어 시리아도 덴마크 주재 대사를 소환했다. 이란과 이라크도 자국 주재 덴마크 대사에게 만평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신성성'을 둘러싼 문화의 충돌이 테러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많은 이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질란츠 포스텐〉의 본사에서는 두 번이나 이 문제로 회사 사무실에 폭탄테러를 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 소동도 일어났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덴마크 대사관에도 폭발물 설치 협박 전화가 걸려와 직원들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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