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열린 스크린쿼터 영화인 대책위 기자회견 현장은 한마디로 침통한 분위기였다. 대다수 영화인들은 정부의 기습적인 발표에 당황해 하면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러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 한선희 / 프레시안무비 객원기자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심정' 안성기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양윤모(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여기 나와있는 국민배우 안성기 선생이 집단 이기주의자처럼 보이는가? 그가 과연 집단 이기주의의 상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국어를 잘하자고 외치는 사람이 집단 이기주의자인가? 지금은 영상언어의 시대이고, 한국영화는 국가 정체성과 국민의 얼을 반영해오지 않았는가. 국민의 혼과 얼을 반영함으로써 인간답게 살아보겠다는 문화 예술가의 태도가 집단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최용배(제작자, 청어람 대표)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스크린쿼터를 없애면 가장 이익을 얻는 쪽은 미국영화 직배사와 극장이다. 하지만 직배사와 멀티플렉스는 이미 한국영화 산업에서 가장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결을 위해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가. 이번 정부 방침은 영화산업 내에서 약자를 더욱 어렵게 하는 처사다. 김형준(제작자, 한맥영화 대표) 정부가 어떤 후속 정책으로 영화산업을 지원해주는가는 스크린쿼터와는 별개의 문제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한국영화가 몰락한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과연 우리가 어떻게 고개를 들고 관객들을 대할 것인가. 장규성(영화감독, <선생 김봉두>) 스크린쿼터 운동이 일반 관객들이나 국민들에게 영화인의 밥그릇 지키기로 보이는 게 아쉽다. 집단 이기주의가 자꾸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 자리에 오신 저 수많은 원로 영화인들을 보라. 저 분들이 무슨 이득을 얻겠다고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에 동참하겠는가. 심재명(제작자, MK 픽처스 대표) 기습적인 발표라서 상당히 당혹스럽다. 스크린쿼터 지키기 외에도 한국영화계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척 많은 상황이다. 부율 문제 등등 여러 사안을 준비해야 할 시점인데, 스크린쿼터 문제로 다시 한번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돼 안타깝다. 정윤철(영화감독, <말아톤>) 한글날도 없어져서 안타까운데 스크린쿼터마저 줄인다니 난감하다. 문화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이렇다는 게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국민적인 동의를 얻어 스크린쿼터를 지키도록 차분히 해결해야 할 것 같다. 김광수(제작자, 청년필름 대표) 사람들이 정부 발표로 이번 사안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것 같다. 정부 방침이 결정된 만큼 스크린쿼터는 이제 물 건너갔다고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 지금까지도 계속 싸워왔잖나. 모두의 의지를 모아 정부 방침에 대응하도록 끝까지 파이팅할 생각이다. 이민용(영화감독, <보리울의 여름>) 정부의 이번 방침에 너무 답답해서 할 말이 없다. 당장 눈 앞의 경제적인 이익을 앞세워서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뜻과 의지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국민은 스크린쿼터의 효과와 영향력에 대해서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이 잘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다. 박철수(영화감독, <녹색의자>) 우리의 스크린쿼터는 전세계 영화인과 문화인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제도다. 이는 21세기에 전개될 영상산업에 있어서도 전세계 문화인이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다. 해외 영화제에 나가보면 우리의 스크린쿼터에 대해 수많은 세계 영화인들이 부러워한다. 당연히 후세에도 물려줘야 하고 문화 박물관이 있다면 소장가치가 있는 브랜드다. 이를 단순한 경제 논리와 연계시키기보다는 문화 브랜드로 해석해야 한다. 반드시 전세계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현승(영화감독, <시월애>) 73일은 기만적인 날짜다.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것뿐이라는 논리에서 내세운 이 숫자는 야만적이다. 73일은 있으나마나 한 숫자다. 그것도 설 연휴 전날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잔머리를 쓴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설령 현행 스크린쿼터를 축소한다 해도 어느 정도가 합당한지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다. 통합전산망을 비롯한 극장 입장 관객 통계수치, 여러 문화적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해 연구사업을 대규모로 벌여야 한다. 그런데 아무 근거 없이 절반으로 줄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보다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대안적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윤인호(영화감독, <아홉살 인생>) 현행 스크린쿼터 제도가 146일이라지만, 예외적인 여러 경감 조치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106일밖에 안 된다. 73일로 규정한다 해도 실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그보다 더 줄어들 것이다. 현재의 스크린쿼터 제도 때문에 우리 관객들이 극장에서 미국 영화를 볼 수 없다면 문제겠지만, 지금 상태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지 않나? 지금 극장가에도 충분히 미국영화가 걸려 있고, 극장에만 가면 볼 수 있는 게 미국영화 아닌가?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지적이 많지만, 솔직히 한국영화계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 사실 현장 영화 스탭들은 여전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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