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누도 잇신 |
출연 오다기리 조, 시바시키 코우
수입,배급 스폰지 |
시간 131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2005년 커밍아웃을 한 남자가 여자에게 연정을 느낀다면 바이 섹슈얼적 욕구에서일까 아니면 레즈비언적 감성에서일까. 정답은?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다. 사실 답이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든 여자가 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누도 잇신의 신작 <메종 드 히미코>는 그렇게, 성적 정체성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에서 시작해서 삶에 대한 따뜻한 성찰로 이어가는 보기 드문 휴먼 드라마다. 메종 드 히미코. 곧 '히미코의 집'은 특별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이른바 게이 실버타운, 그러니까 은퇴한 게이들이 모여사는 일종의 양로원인 셈이다. 이들은 도쿄 긴자에서 한때 이름을 날렸던 게이 바 '메종 드 히미코'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모두들 노년의 나이들이고 몇몇은 예고된 죽음을 준비중이다. 이야기는 이 게이 하우스의 주인격인 히미코에게 그가 오래 전에 버린 딸 사오리가 찾아 오면서 시작된다. 히미코는 이미 암선고를 받고 임종을 앞두고 있는 상태. 히미코의 젊은 연인인 하루히코가 사오리를 찾아 아버지의 병간호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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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히미코 ⓒ프레시안무비 |
어릴 적 자신과 어머니를 내팽겨쳐 버린 아버지에 대해 원망만 가득한 사오리가 극 중반에 이르기까지 볼멘 얼굴이 가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오리는 착한 동성애자들(동성애자들은 대개 심성이 착하다) 틈에서 조금씩 조금씩 아버지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연다.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들이란 한명도 없기 마련이고 특히 동성애자들이라면 그 어디서든 눈총과 손가락질, 따돌림을 받아왔을 터였다. 사오리는 징그럽게 생각했던 게이들의 생활, 그 성적 취향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엔 세상에 대해서까지 마음을 열게 된다. 메종 드 히미코를 벗어나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하는 한 게이를 위해 사오리를 비롯해 하루히코까지 일군의 게이 군단이 도쿄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는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다.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사오리가 놀림감이 된 게이를 위해 악을 바락바락 쓰며 변호하는 모습에 살짝 감격할지 모르겠지만 진짜 감동스러운 장면은 바로 그 다음에 이어진다. 한동안의 소동을 거치고 무대 위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군무가 펼쳐지는데 어찌 보면 매우 촌스럽고 또 지나치게 인공적인 이 장면에는, 그렇게 인위적으로라도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혹은 남자와 여자를, 아니면 중심에 사는 자와 주변에 사는 자를, 더 나아가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자연스럽게 섞이게 함으로써 모두들 그냥 한명의 인간으로써 한바탕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 이상한 판타지를 보고 있으면 그래서,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코믹하면서 따뜻한 터치로 얘기해 준다. <메종 드 히미코>는 이누도 잇신의 전작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처럼 이야기가 술술 풀리는 영화는 아니다. 중간중간엔 호흡이 매끄럽지 않을 뿐더러 군더더기도 눈에 많이 띈다. 무엇보다 게이 커뮤니티의 삶이 우리들에겐 익숙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나 아닌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좀더 진솔하고 진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회와 용기를 준다. 재미보다는 미덕과 의미가 남다른 영화인 셈이다. 영화는 때론 그것만으로도 봐야 할 커다란 이유가 있다. 가족영화 시즌이다. 역설적으로 <메종 드 히미코>는, 15세 이상 자녀들과 함께 봐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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