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고 신효순·심미선양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가 여성단체들의 주관으로 25일 낮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열렸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16개 여성단체 소속회원과 시민 등 2백여명이 모인 이날 추모제행사는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묵념과 추모사, 추모시 낭독에 이어 진혼의 춤과 각 단체와 개인의 추모발언에 이어 성명서 낭독과 헌화로 진행됐다.
여성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여성들이 딸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으로 어린 넋들의 영혼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고, 적법한 사건해결을 위해 여성추모제를 마련했다"며 "우리 여성들이 진정으로 고 신효순·심미선양의 넋을 위로하는 길은 주권의 가장 기본적 내용인 형사재판권을 되찾아 적법하게 이를 처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성단체 회원들의 주된 비판대상은 '국회의원들'이었다.
추모제에 참석한 녹색연합의 이정자 회원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말살되고 있다. 국민의 대의,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며칠 전 소매치기를 잡다 숨진 학생 장례식에는 앞다퉈 가더니 이번 사건에는 아직까지 아무런 말도 없고 그동안 헌화하러 온 사람도 없다는 점이 비겁해 보인다”며 의원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이번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만큼 “국회에서 SOFA 개정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단체행동으로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최성미 국장은“우리는 이번 사건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조사를 받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감옥에 가는 상식도 미군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SOFA의 조속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0년에도 여성인권 보호조항을 SOFA조항으로 넣기 위해 김원일, 이미경 의원의 도움을 받아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며 “미군문제의 희생자 중 많은 사람이 약자인 여자나 어린이라는 점에서도 SOFA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31일에는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다양한 시민, 사회단체회원들과 중고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두 여학생의 49제를 가질 계획이며, 가수 이선희씨가 행사에 참석하여 추모곡을 부르기로 약속한 상태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김현희 부장은 “49제후에도 8월초까지 행사와 집회를 통해 이번 사건을 계속 알리고 부각시킬 계획인데, 이는 8월7일이 미군의 재판권포기 시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이번 사건 담당검사가 지난 23일 사고를 일으킨 미군부대 영내로 조사를 나갔으며, 이와 동시에 사고를 일으킨 미군의 검찰청 출석을 다시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사고미군의 조사에 전례없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재판권 행사를 대비하는 것 외에 미군이 재판권을 행사할 경우 피의자를 조사한 내용을 확보해 재판이 함부로 진행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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