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18일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고문과 학대가 벌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전 세계 인권을 침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미국은 전 세계 인권 증진에 앞장서 왔다"**
HRW는 이날 세계 70여 개 나라의 인권실태를 조사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조지 부시 행정부는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고문을 공식 정책으로 채택한 세계의 유일한 국가"라며 미국의 이런 정책이 세계 다른 나라들에게 인권을 존중하라고 요구할 근거를 잃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HRW는 '2005 인권보고서'에서 미국 관리들은 그동안 고문 등 비인도적 방법에 대한 비판과 인권 유린 방지를 위한 법률 제정 요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고 비난했다.
HRW는 부시 행정부가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고문과 학대의 실태 조사를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하며 미 의회도 독립적이고 초당파적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RW의 비판에 대해 백악관은 보고서가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미국은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나라"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포학하고 야만적인 체제 아래 신음하고 있던 아프간과 이라크의 5000만 명의 사람들을 해방시켜주었고, 그들은 이제 자유의 품 안에서 인권을 누리며 살게 됐다"고 주장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또한 HRW는 미국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다른 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 논평의 내용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HRW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테러 용의자들을 고문하지 않는다고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공허한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이익 앞세우는 유럽 정부들…"세계 리더십의 허상"**
HRW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서방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HRW 보고서는 유럽의 국가들이 무역 등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인권 유린에 대해 침묵해 왔다고 주장했다. HRW는 유럽연합의 많은 국가들이 "인권보다는 다양한 정치적ㆍ경제적 이해관계들을 상위에 놓는 경향이 있다"며 이 같은 행동은 "세계 리더십의 허상"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영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제 교역을 위해 그들 나라의 인권 학대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RW는 이어 영국ㆍ프랑스ㆍ독일과 같은 국가의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체첸에서 자행한 인권 유린은 무시하면서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꼴사나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태도가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다행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상대 교역국들이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그들 국가의 경제 건설과 군사적 동맹 강화에 걸림돌이 생기지 않아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유럽 정부들은 HRW의 보고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HRW의 인권보고서는 이 외에도 미얀마, 투르크메니스탄, 북한 등을 '심각한 인권 억압국'으로 분류해 이들 나라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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