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채비를 갖춘 가운데 정부도 황 교수팀에 지원된 연구비에 대해 감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연구비'에 대한 조사 주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연구비 부분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할 경우 검찰의 '연구비' 수사는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기부 "황 교수 연구비 감사 실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 10일 과학기술부는 황 교수에게 지원된 연구비의 규모와 집행과정 등에 대해 감사원과 함께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11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이를 논의한 뒤 확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검찰에 앞서 정부가 먼저 황 교수팀에 지원된 연구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기부에서는 이미 검찰에 '자체 감사'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11일 정부의 자체 감사 결정 여부를 보고 연구비 부분에 대한 수사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복수의 국가기관이 동시에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니 연구비 지원의 1차적 책임자인 정부가 우선 감사를 실시한 뒤 고소, 고발의 형태로 검찰에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이전에도 "연구비에 대한 부분은 감사원 등이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
***"수사의 대상이 자체 감사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연구비 조사의 주체가 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기부 등은 황우석 교수팀에 연구비를 지원한 주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기부가 연구비 부분에 대한 조사를 먼저 실시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각에서 황 교수에 대한 과기부의 연구비 지원과정에서 부적절한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기부가 감사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정치권 등에서는 과학기술진흥기금의 '최고과학자 연구지원 사업'이 2004년 말 예산에 갑자기 편성돼 황 교수에게 30억 원이 집행된 배경을 묻고 있고, 황 교수가 경기도 광주 농장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수 차례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황 교수는 1998년 이후 중앙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총 623억여 원의 지원을 받았고, 이 중 순수 연구비는 113억 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는 과기부와 교육인적자원부, 농림부가 410억 원가량을 지원했고, 이 중 연구실 건축 등 기반시설을 제외한 순수 연구비 명목으로 지원된 자금만 84억3000여만 원인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 투자', '행담도' 등의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나섰지만 속시원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감사원이 먼저 손을 대서 나중에 이루어질 검찰 수사를 어렵게 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여서 과기부 등이 자체적으로 연구비 조사를 하는 데 대해 검찰 측에서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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