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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입각'은 '여권 분열'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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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시민 입각'은 '여권 분열'의 신호탄?

〈전망〉 지도부는 '정면승부' 회피…갈등은 확산일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5일 저녁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 불참키로 했다. 전날까지 당청 갈등이 전면화 될 것을 우려해 일부 의원들의 개별적 반발을 만류했고, 또 "개각 문제와 상관없이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겠다"던 지도부의 입장선회는 청와대에 대한 반발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날 열린우리당의 '청와대 만찬 불참' 결정은 그러한 표면적인 해석을 넘어서서 대단히 미묘한 다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지도부가 일단 "더 이상 인사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봉합'으로 가는 수순을 택함으로써 '유시민 입각'에 따른 1차 파장은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당 지도부가 이 사태를 정면으로 다루거나 청와대측에 명확한 의사표명을 하는 길을 회피함으로써 당청 관계에 대한 불만은 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조만간 양측의 결별 사태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키운 격이 됐다.

***與지도부 盧대통령 '일방통행'에 당혹**

이날 열린우리당의 '청와대 만찬 불참' 결정부터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전병헌 대변인은 "입각이 예정된 정세균 현 의장이 새해 국정운영을 논의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지도부의 방침이 하루만에 180도 뒤바뀐 이유가 이런 '형식'의 문제로 설득되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었다. 즉 당 지도부에게도 "청와대에 뒤통수 맞았다"는 충격이 크게 작용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상집행위원인 이호웅 의원은 "한마디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유시민 의원의 입각 문제에 관해 당 내 다른 의견들의 근거를 확인하고 참고하기 위해 당 지도부와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제 전격적으로 (복지부 장관 내정을) 발표한 데 대해 굉장히 놀랍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대통령 인사권은 고유 권한이면서 동시에 공적 권한"이라며 "정치적 함의가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장관 내정을) 일찍 결정한 것에 대해 동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상임고문단-집행위원 연석회의에서도 청와대에 대한 격앙된 반응과 허탈함이 뒤섞인 가운데 만찬에 참석해 들러리 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영달, 안영근, 김원웅 의원 등도 각각 라디오 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청와대의 일방적 개각 강행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의 이런 반응은 유 의원 개인의 입각 자체보다는 청와대가 예정된 당과의 협의 과정을 무시하고 유 의원의 장관 임명 발표를 강행한 데 대한 황당함이 더욱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이미 지도부 내에선 전당대회까지 당의 유일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야 할 정세균 당 의장을 일방적으로 '차출'한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던 상황이다.

***청와대와의 '일전' 회피?**

하지만 지도부의 '만찬 불참' 결정을 '열린우리당의 식물성 체질의 발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도부가 당내의 기류를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거나 정면으로 문제제기할 생각이었다면 이를 신임 의장 선출 뒤로 미루면서 냉각기를 가질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은 '만찬 불참'을 '열린우리당의 한계'를 드러내 보여준 상징적인 사태로 본다는 점에서 '청와대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만찬 불참의 배경에 깔려 있는 "어차피 인사권자가 결정한 개각을 되돌릴 수 있겠느냐"는 식의 자포자기 논리 속에서도 청와대와의 '일전 불사' 의지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당내에 팽배한 불만의 강도와는 기괴스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비되는 대목이다.

일단 우리당이 6일 신임 당의장을 선출키로 결정함에 따라 청와대와 만찬 일정도 조만간 새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개각 파문과는 별개로 비대위 내부 논의의 주요 과제였던 당청관계 재정립 문제가 맥없이 공전해 왔고, 누가 정세균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든 당의 구심점으로 기능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기된 만찬'이 성사된다 해도 당-청 관계의 불균형 문제를 청와대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미 당의 동력은 '대주주'인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양분됐고, 정-김 전 장관 본인들과 김근태계 의원들이 '개각 파문'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은 현재의 강경론이 지속되기 힘든 조건이 되고 있다. 이는 전당대회에서 당청 관계 재정립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다 해도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립각을 긋기가 부담스러운 대권 주자 진영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과 맞물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유시민 카드를 강행한 것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청와대가 당의 문제제기를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요건들은 당분간 당이 식물화된 상태로 청와대의 일방독주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유시민 입각'은 여권 분열의 신호탄?**

이같은 어정쩡한 열린우리당의 태도와 여전히 뻑뻑한 당-청 관계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발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당장은 유시민 의원의 입각이 기정사실화 되고 열린우리당에도 새 임시지도부가 선출되면 그럭저럭 당-청 관계도 이어져가겠지만 저변에 깔린 양자 간의 불신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유 의원의 입각을 '노무현식 정계개편'의 전주곡으로 보는 당내 일각의 시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요컨대 유 의원의 입각은 노 대통령의 후계구도 구상과 맞물려 있고 여권 전반을 흔들어보기 위한 정치공학의 일환이라는 판단이다.

이미 "노 대통령은 당이 아니라 유시민 의원을 선택했다"는 의원들의 반응 속에선 친노 세력 일부와의 결별을 예견한 듯한 뉘앙스가 짙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선수를 치든, 당에서 먼저 제기되든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문제가 거론되는 순간 여권 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수순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다만 그 시점은 지방선거 이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단결'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지만, 만약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또다시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분열'의 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방선거 후부터는 본격적인 대권 경쟁이 시작되는 '혼돈'의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고, 당내 대권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향후의 정치 일정 속에서 '유시민 개각'이 여권 분열의 신호탄인지 아닌지도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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