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소망에 대해 "선흉후길(先凶後吉)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새해 벽두에 단행한 4개 부처 개각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조차 비난받고 있는 노 대통령의 최근 심경을 드러낸 듯하다.
노 대통령은 3일 오후 김원기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해찬 총리 등 3부 요인과 정세균 우리당 임시당의장,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등 정당 대표를 포함해 각계 인사 24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신년인사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우리 소망이 서로 부닥쳐 답이 나오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개혁이라는 게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며 "여러분 소원성취 하십시오 했는데 우리 소망이 다 다르고 서로 부닥쳐 답이 잘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최근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 이후 한나라당이 20여 일 넘게 장외투쟁을 하는 등 극에 달한 여야간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올해는 우리가 건강한 상식, 사리가 좀 통하고, 사리가 뭔지 좀 혼란스러우면 명문화된 규범이라도 함께 존중하고 준수했으면 좋겠다"며 "일방적인 상생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함께 갈 수 있는 상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 작년에 우리 농민 두 사람이 당했던 것처럼 그런 불행한 일도 없이 잘 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역지사지 하는 지혜를 발휘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이 만사 귀찮다면 이대로 가도 되나"**
이날 〈교수신문〉에서 새해 소망을 담은 한자성어로 '약팽소선(若烹小鮮)'을 꼽은 것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자민련 김학원 대표가 "교수들이 작년을 회고하면서 상화하택(上火下澤)을 이야기를 했고, 금년을 소망하면서 약팽소선을 선택했다"며 "작년은 물과 불처럼 상극이었고 불화와 갈등의 한해였지만 금년에는 정치를 작은 생선 굽듯 가만히 조심스럽게 들여다 보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약팽소선은 생선을 구울 때 지긋이 익도록 기다려야지 자꾸 뚜껑 열고 뒤집고 흔들고 하면 다 깨져버리고 못 먹는다고 올해 자꾸 정치하는 사람들이 개혁이네 뭐네 하고 들쑤셔서 잘 가고 있는 나라 흔들지 말고 좀 가만 좀 놔둬라 이런 취지라고 아침에 제가 TV (뉴스)에서 봤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오늘 국무회의에서 '올해는 국민들이 만사가 귀찮으니까 가만 놔두라, 이러니까 이대로 가자는 뜻인데 이대로 가도 될는지 모르겠다. 보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보수적인 구호라서 걱정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데 다른 신문 칼럼(〈한겨레〉, '작은 생선을 온전히 삶듯이')을 보니 그 뜻이 아니고 경제성장 잘 하고 있는데 자꾸 성장 성장 하면서 들쑤시지 말라고 어느 분이 해석을 해서 써 놓은 것을 보고 같은 말을 아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약팽소선은 〈노자〉에 나오는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의 줄임말로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하라'는 뜻이다. 이 한자 성어가 선정된 것에 대해 〈교수신문〉은 "2006년 한국사회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자세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 많다"며 "이념적 갈등에 휘말리지 않으며 남북.한미관계를 풀어가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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