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MBC 간부가 수배되고 정치권 연루설이 나오는가 하면 주식 상납의혹이 제기되는 등 'PR비 비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연예계 비리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김규헌부장검사)는 18일 SBS 제작위원인 배철호 부국장(47)이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갔다. 배 부국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휴가계를 내고 잠적했다.
검찰은 또 방송국의 고위간부나 PD들이 가족 명의로 가수출신인 이수만씨가 대표로 있는 SM엔터테이먼트의 주식을 차명보유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번 주말 연예기획사들의 주주들을 소환할 때 이들부터 우선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밖에 현재 잠적중인 MBC 오락프로그램 PD 은경표 부장 등 공중파방송 PD 4~5명도 기획사들로부터 현금 외에 외제차, 주식 등을 상납받거나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배철호 부국장과 은경표 부장 등이 도피성 휴가를 낸 것으로 보고, 일단 회사를 통해 출석 요구서를 보낸 뒤 다음주초까지 이들이 불응할 경우 검거전담반을 통해 체포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은 현재 수사중인 SM, 싸이더스, GM, 도레미 등 4대 메이저 기획사 외에도 인기댄스그룹 핑클의 소속사인 대영AV와 예당엔터테이먼트등 중견 기획사들도 PD들에게 금품을 준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한 상태다.
현재 검찰은 이들 기획사들과 케이블TV 음악 채널인 M.NET, KMTV등의 대표와 대주주들의 자택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품수수와 관련된 상당 분량의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또한 기획사들이 기업화하면서 증자과정에서 힘있는 정계, 관계 인사들이나 방송관계자에게 주식으로 뇌물을 지급했을 가능성과, 이들 기획사의 모기업인 대형 벤처기업들이 회사운영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는지 여부도 면밀히 조사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측은 민주당인사들과의 관련설에 대해 지난 16일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의 한류문화정책기획단에 참여한 것은 우리문화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회의에 참석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주회사인 로커스홀딩스의 김형순 대표가 출국정지 당하고 집이 압수수색을 당한 싸이더스의 관계자도 "아직 비리로 들어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모 연예기획사가 2000년 10월 '신기술 개발적격업체'로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사실도 확인하고 이 과정에 불법적 로비가 있었는지도 캐고 있다.
이같은 검찰의 전방위 수사와 관련한 연예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비리 수사와 관련해 "거의 대부분의 관련자들이 블랙머니(금품수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이쪽 시장의 생리"라며 "국장 등 간부는 억 단위 그 아래 PD는 몇천만원 하는 식으로 PR가격이 형성되고 있고 '라디오에서 곡을 한번 틀려고만 해도 2~3백은 깨진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3~4년마다 한번씩 이런 수사가 진행되지만 결국 뇌물의 액수만 올렸다"며 "음반과 연예계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없는 수사는 결국 뇌물액수만 올릴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내다봤다.
한편 18일 '대중음악개혁을 위한 연대모임' 이동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사와 관련해 "지난 2월 MBC 등 공중파 방송 3사의 전, 현직 PD 6명과 스포츠연예지 연예담당기자 2명 등이 가요 및 연예오락프로에 가수들을 출연시키거나 홍보성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PR비를 받았다는 제보를 입수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연대모임 관계자에 따르면, PR비를 받고 홍보성기사를 쓴 것으로 지목된 기자는 일간스포츠와 스포츠서울의 기자 각 1명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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