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시에 사는 평화활동가 빌 슐즈만은 전화요금에 붙는 월 50센트(약 500원) 가량의 연방 소비세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이라크 전쟁에 저항한다.
슐즈만은 "세금 미납자로 분류되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나는 돈이 필요하거나 법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내가 낸 돈의 쓰임에 반대해 납세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29일 이 지역 신문 〈덴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내 돈을 전쟁자금으로 쓰이게 할 수 없다"**
미국 세법은 단거리 혹은 장거리 전화, 개인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통신선 이용자들에게 3%의 세금을 부과하고 거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화소비세는 1898년 에스파냐와 전쟁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최초로 도입됐다. 1902년 전쟁이 끝나자 폐지됐던 이 세금은 그러나 1차 세계대전으로 다시 부활했고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의 전비 조달을 위해 유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세청은 전화세가 군비로만 쓰이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지출항목에 국방비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납세거부자들은 매년 50억 달러(약 5조 원)씩 증가하는 전화소비세가 전쟁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고 주장하며 반전운동의 일환으로 납세를 거부하고 있다.
시민불복종 운동으로서 전화세 납부 거부가 가장 폭넓게 일어난 것은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활발하던 1970년대였다.
현재는 대략 1만 명의 전화 사용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전국 전쟁세 거부위원회'의 대변인 루스 벤은 말했다. 또 다른 반전단체인 '로키산 평화와 정의센터'의 베티 볼 대변인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 전쟁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납세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세 납부 거부에 참가하고 있는 한 시민은 "어떤 사람들은 이 운동이 단지 상징적인 것 아니냐고 말한다"며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실제 '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슐즈만은 "이것은 초보적인 저항"이지만 "전화회사들은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으므로 결코 전화를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회사들, 세금 제외한 고지서 발급**
전화회사들은 전화세 납부 거부자들로 인한 세금손실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금을 거둘 자격은 있으나 강제징수권을 갖고 있지 않은 전화회사들이 전화세 문제로 고객들을 잃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오와 주에서 워싱턴 주까지 사업범위를 확장하며 서부 14개 주를 장악하고 있는 지역전화회사 퀘스트는 소비자가 요구할 경우 세금을 제외한 고지서를 제공하고 있다.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 싱귤러, AT&T 등도 연방 소비세 납부를 거부하는 소비자들에게 세금이 빠진 고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그러나 전화회사들은 세금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명단과 주소, 제공된 서비스, 납부돼야 하는 세금의 액수 등을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국세청 대변인 데이비드 스텔은 납세를 거부한 사람은 비록 그 액수가 작다 하더라도 국세청의 감시를 받게 될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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