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끝에 어렵게 임시국회를 열었으나 많은 의원들이 산적한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제쳐놓고 국제행사 참석과 의원외교활동 등을 이유로 대거 외유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15일까지 국회에 자진신고를 하고 외유중인 의원 숫자만 41명이며, 강제규정이 아닌 까닭에 신고를 하지 않고 나간 의원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가 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백59명의 전체 재적의원 가운데 20%가 외유에 오른 것이다.
외유의원들 사이에는 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숫자가 많은 것이 특징. 당 소속의원 1백11명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38명이 외유길에 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복잡한 당내 사정으로 지도부의 힘이 미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돼, 민주당의 어지러운 현주소를 엿보게 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중인 한광옥 최고위원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김윤식, 이종걸, 박상희, 정장선, 장태완, 설송웅 의원등 한 최고위원과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외유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내 연구단체인 '아시아·태평양 정책연구회'소속 의원 16명도 13일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 모임의 대표인 문희상 의원을 비롯하여 추미애 최고위원, 박종우 국회행정자치위원장, 송석찬 의원, 김태홍 의원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밖에 여야 합동 외유도 적잖은데, 한나라당 이부영, 이재창의원과 민주당 이해찬, 함승희의원 등은 친선협회의 회원자격으로 체코와 오스트리아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스에서 열리는 세계 스카우트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나라당 강신성일, 박세환 의원과 민주당의 김기재, 이윤수 의원이 12일 함께 출국했고, 자민련 김종호 의원도 같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떠났다.
민주당 설훈 의원등 7명도 '한-러 친선특급'이라는 한ㆍ러 친선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출국했다.
외유에 나선 의원들 측에서는 외유와 관련,"미리 잡혀있던 일정으로 정상적인 의원외교"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2개월간 식물상태였던 국회가 겨우 문을 열자마자 의원들이 무더기로 외유를 나가 의정활동이 마비되는 행위를 용납하기 힘들다는 성난 분위기다.
실제로 개원후 국회는 이들 의원의 대거외유로 상임위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딱한 처지다.
15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와 건설교통위 전체회의는 각당 의원들이 평균 3,4명밖에 출석하지 않아 "무리해서 국회를 열 바에는 차라리 휴가를 선언하는 편이 낫다"는 소리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원들의 행태에 대해 "국회회기가 아닌 때에도 할 수 있는 외교활동을 굳이 국회가 열린 시기에 그것도 여름휴가철에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들 외유 의원들의 상임위 활동을 집중적으로 체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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