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유감 표명을 한 것인가?
최근 농민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이 사망한 것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지난 19일 입장 표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농민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도 나서서 노 대통령의 모호한 '유감 표명'에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는 과격시위를 두 농민의 죽음의 근본원인으로 지적한 노 대통령의 양비론적 발언에 대해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되지 않느냐"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대통령, 양비론으로 사태 본질 호도"**
노 대통령은 지난 19일 두 농민의 사망사건에 대해 "매우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일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돌아가신 농민도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현장에서 대응하는 전경들도 우리의 자식"이라며 "이같은 (폭력) 시위 문화가 계속 된다면 앞으로도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평화적 시위 문화를 위한 근본방안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과 관련해 20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소속 목사들과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고 홍덕표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회' 소속 농민대표들이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참여연대, 경실련 등 44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가 21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대회의는 "대통령은 두 분 농민의 죽음을 비롯한 최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진압작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과격시위 과정에서 유발된 불행한 사태'라는 양비론으로 비껴갔다"며 "시위대의 폭력이 경찰의 폭력을 불렀다는 주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무책임한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연대회의는 "농민 두 분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의 공격적 진압 '전술'은 단순히 젊은 전경들의 감정적 반응이나 현장 지휘책임자의 비뚤어진 성정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며 "당일 현장진압은 적어도 서울경찰청 차장 이상의 간부가 주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청은 스스로 제정한 '장비사용에 관한 규정' 제3조(경찰장비의 일반적 사용기준)를 일상적이고 조직적으로 위반해 왔고 심지어 이에 익숙한 일부 부대를 육성해 왔다"며 "이런 사실들을 감추고 문제를 농민들의 폭력 시위에 따른 우연한 실수로 간주하고 도의적 책임 정도로 덮으려는 정부와 경찰의 태도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농업포기 행보가 경경진압의 근거 제공"**
연대회의는 또 "상황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간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농민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쌀 협상과 비준과정에서 대통령은 농민들을 설득하고 포용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은 채 통상교섭 당국의 홍보부족을 탓하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농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며 "이런 대통령의 편향적 처신과 정부의 농업포기적 행보가 행자부 등 해당 부처 및 경찰의 농민시위 강경 진압에 직간접적인 근거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마저도 명확한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며 "노 대통령은 두 농민의 죽음과 수백만 농민들의 절망 앞에 겸허히 나서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행자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 "유감 표명 분명히 했다"**
한편 이들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분명히 했다"고 일축했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분명히 했다"면서 대통령 유감 표명이 '양비론'이라는 비판에 대해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되지 않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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