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연구의 중대한 문제를 알고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과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거취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른바 '황금박쥐' 그룹(황우석 김병준 박기영 진대제)을 만들어 평소 친분을 과시하는 등 황 교수를 일방적으로 감싸 온 이들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2004년 황 교수 논문의 공저자로 '황우석 논란'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사퇴 요구가 일었던 박기영 보좌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일관되게 "거취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여권의 이같은 강경한 입장은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이유로 장외투쟁에 나섰으나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이들 청와대 참모진의 파면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청와대 책임론'을 시인하는 것이며, 자칫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박, 파면 얘기 들어본 바 없다"**
청와대는 김병준 실장과 박기영 보좌관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거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진위 논란에 대한 규명작업이 진행되고 곧 밝혀질 예정인 만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김 실장과 박 보좌관의 파면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고 밝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종의 정치공세"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도 두 참모진의 파면 요구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히고 있다. 정세균 의장은 19일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 출연해 야당의 파면 요구에 대해 "그분들이 어떤 일을 어떻게 다뤘는지 그게 공직자로서 부족함이 있었는지 확인된 뒤 주장하는 게 옳다"며 "지금 당장은 책임 유무를 주장하는 게 성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자연과학 중에서도 특수한 분야라서 정부기관이나 청와대에서 관장하고 제대로 챙기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아직 진위 여부나 진실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이 있다 없다 하는 것은 빠른 생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 또 "지금 책임공방으로 나가고 이런저런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국민들께 또 한번 더 큰 혼란과 걱정을 끼쳐드릴 것 같다"고 주장했다.
***野 "노 대통령 정말 몰랐나"**
그러나 여권의 이같은 '박기영.김병준 지키기'가 언제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오염 사실을 지난 1월9일 박기영 보좌관에게 통보했을 뿐 아니라 오명 과학기술부총리에게도 1월 11일 한 행사장에서 만나 구두로 오염 보고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책임론'은 청와대를 넘어서 정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또 야당은 궁극적으로 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질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18일 "중요국책사업이라며 대통령부터 정부 전체가 나선 줄기세포연구 사업의 결정적 문제점에 대해 정책라인이 보고를 누락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믿을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정부가 황 교수 연구에 3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황 교수 사태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게 당연하다"며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지난 5일 황 교수 논문의 진위 논란과 관련해 '이 정도에서 정리하자'며 진실 은폐 움직임을 두둔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보고해야 할 국정상황을 정책라인에서 묵살한 것이든, 대통령도 아는 상태에서 정부가 진실은폐를 시도한 것이든 청와대와 정부가 책임을 피해나갈 방법은 없다"며 "〈PD수첩〉의 진실파악 노력을 '짜증스럽다'고 표현해 〈PD수첩〉에 대한 국민적 체벌에 앞장섰던 노 대통령이 논문조작과 보고누락 사태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거짓은 과학이든 정치든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청와대의 치명적 문제점은 침묵으로 덮어질 수 없다"며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도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김병준 정책실장,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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