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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채권 사건, 관련자 전원 처벌 없이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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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채권 사건, 관련자 전원 처벌 없이 종결

"혐의입증 못하거나 시효 지나"…'이광재 봐주기' 논란 여진

대선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매입한 800억 원대 채권의 행방을 추적하던 검찰이 1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 수사 결과 삼성그룹이 매입한 채권은 총 837억 원이었고, 이 중 대선자금으로 정치권에 건네진 것은 324억7000만 원이었으며, 나머지는 이건희 회장이 개인적으로 사용(32억6000만 원)하거나 삼성그룹이 보관 중(443억3000만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이 매입한 채권 837억 원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

검찰은 이번에 파악된 837억 원의 채권에 대해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며, 집행은 모두 이학수 부회장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 중수부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매입한 채권은 모두 837억 원. 이 중 대선을 앞두고 서정우 변호사를 통해 이회창 후보 캠프에 전달된 금액은 324억7000만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그 가운데 24억7000만 원은 최근 추가로 드러난 금액이다.

노무현 후보 캠프에는 2002년 5월 이광재 의원을 통해 6억 원, 같은 해 6월 안희정 씨를 통해 15억 원이 건네지는 등 총 21억 원이 제공됐다. 자민련 김종필 전 총재에게 건네진 금액은 15억4000만 원이었다.

이밖에 이건희 회장 개인적 용도로 사용된 금액은 32억6000만 원이었으며, 그 사용처에 대해서는 "'퇴직임원 격려금'이나 '오너 간 거래'에 사용됐다"고 삼성 측은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받은 사람들에게서도 이 채권에 대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443억3000만 원어치의 채권은 삼성 김인주 구조본 사장이 지난 6일 검찰 출두시 제출했으며, 검찰은 원본을 확인한 후 사본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외부에 제공됐다가 다시 삼성이 매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채권을 확인한 결과 삼성이 매입 당시 그대로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그룹은 검찰이 500억 원대에 이르는 채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부 채권의 사용처를 숨기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관하며 이를 숨겨왔다는 것이다.

채권 837억 원의 구입자금은 모두 이건희 회장의 주식매각 대금, 부동산 자금 등 이 회장 개인의 재산이며, 전액 이학수 부회장이 관리하며 독자적 판단에 의해 집행했다고 삼성 측은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 채권이 이 회장의 개인재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해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는데다, 최근 드러난 서정우 변호사 및 이광재 의원에게 건네진 정치자금도 공소시효가 만료돼 관련자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광재 의원 6억 원은 '이광재 의원 본인' 보고 준 돈"**

한편 이광재 의원에게 건네진 6억 원에 대한 추적과정에 대해 검찰은 "채권을 현금화한 베트남 거주 기업가 최모 씨와 이 의원의 관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다 12월에야 알게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의원이 삼성 채권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도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수사를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02년 5월 이학수 삼성 부회장은 박모 상무를 통해 이광재 의원에게 채권 6억 원을 건넸다. 안희정 씨가 삼성으로부터 15억 원을 받기 한 달 전이다.

이 의원은 6억 원을 받은 뒤, 대학시절 운동권 후배로 절친한 사이이자 1999년 베트남에 건너가 무역업을 하고 있는 최 씨에게 현금화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최 씨는 몇 일 후 현금 4억5000만 원을 이 의원에게 건넸다.

이 의원은 최 씨로부터 받은 돈을 당시 여의도 비공개 사무실 유지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시 여의도의 비공개 사무실 유지비로 1억 원을 사용한 것이 확인됐고, 나머지도 홍보비용 등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인적으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횡령'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당시 이 의원에게 건네진 돈은 '누구에게 전달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광재 의원 본인을 보고 준 돈"이라고 언급, 사실상 개인적 유용 단서가 파악돼도 횡령 혐의 적용이 불가능함을 시사했다.

이밖에 검찰 안팎에서 거론되던 '범죄은닉' 혐의 적용에 대해서도 검찰은 "범죄은닉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숨겨서 못 찾게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나, 이 의원으로부터 채권을 받은 후배 최모 씨가 1년 뒤 채권을 팔아 수익을 남겼던 점을 볼 때 은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베트남 거주 기업가 최 씨와 이광재 의원 관계 상상도 못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삼성 채권을 수수한 사실을 올 12월에서야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채권 추적을 통해 이 의원의 후배 최 씨가 받은 채권 6억 원 중 1억 원을 2003년 4월 명동 사채업자를 통해 7200만 원으로 현금화 한 사실을 포착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최 씨와 이 의원의 관계에 대해 전혀 눈치를 못 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씨가 베트남에 거주해 직접 조사를 하지 못 하고 '입국시 통보' 조치만 취하고 있다가 다시 2003년 5월 나머지 채권 5억 원을 현금화한 사실을 포착했으며, 같은해 9월 최 씨가 입국하자 검찰에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며 "최 씨가 이 의원의 절친한 대학 후배라는 것은 당시에 꿈에도 상상 못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당시 2~3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으나 "베트남에서 거래를 하는 교포로부터 채권을 매수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검찰로서도 이를 반박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해 최 씨가 다시 베트남으로 출국하게 둘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던 중 2005년 5월 삼성 채권을 매입했던 전 삼성증권 직원이 귀국함에 따라 다시 채권번호를 확정하는 등 채권 추적이 이뤄졌고, 최 씨의 가족 등 주변인물에 대해 강도높게 압박한 결과 이 의원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지난 6일 김인주 사장 조사시 비로소 자백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서정우 변호사와 이광재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12월"이라며 "지난 2월에 이 의원이 연루된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범죄사실 숨겨온 것은 거짓말이나 다름 없어"**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와 이광재 의원 등이 모두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사법처리를 비켜갔지만, 도덕적 비난은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학수 부회장은 대선자금 수사로 기소된 이후 '경제인'이라는 이유로 사면까지 받았지만, 또다른 '범죄'를 숨기고 있다가 공소시효가 만료돼서야 털어놨고, 이 의원도 썬앤문 등 불법정치자금 수사로 인해 기소됐다가 벌금형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 만료까지 끝까지 삼성채권 수수 사실을 숨겨왔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인으로서 범죄 사실에 대해 스스로 말하지 않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자기방어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만, 도덕적으로는 '숨겨온 사실만으로도 거짓말'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비슷한 의혹이 재발했을 때 신뢰성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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