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9일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와 별도로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강행한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향후 김 의장이 주재하는 모든 회의를 거부키로 했으며, 향후 사학법 처리를 규탄하는 장외 투쟁도 검토키로 했다.
***강재섭 "응분의 책임지고 사퇴" **
사학법이 통과된 본회의 직후,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사퇴할 의향임을 시사했다.
강 대표는 "쌀 협상 비준안 처리 등 여러 가지로 협조를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협상 뒤통수를 치는 정당과는 일을 같이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내가 진퇴를 내놔야 저 당도, 국민도 이 사건이 큰 사건인 줄 알지 이런 언급이 없으면 다음 주(임시국회)부터 밀고 나오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의총을 열어 후임 원내대표를 뽑거나 할 때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는 일단 원내대표직을 유지키로 했다.
강 대표의 사퇴 의사 표시가 실제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인지, 당내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내부용'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당 내에서는 원내대표단의 이날 본회의 대책이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본회의 2시간 전부터 회의장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던 반면, 한나라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1시간 후에야 회의장으로 모여 들어 "의장석을 너무 쉽게 내줬다"는 내부 비판이 많았다.
일부 당직자들은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앉아 있는 의원들을 모두 단상으로 올려 보내며 대치의 선봉에 선 데 반해, 우리 강 대표는 큰 소리 한번 치지 않더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원내전략에 대한 불만은 박근혜 대표에게까지 이어졌다. 의총이 시작되기 전 뒷자리에 앉은 소장파 의원들은 "오늘 같은 날 긴 치마 입고 오는 건 안 싸우겠단 말 아니냐"며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자던 독려는 말뿐"이라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대리투표 의혹 등 제기하며 "원천무효"**
한나라당은 "사학법 통과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열린우리당을 향해서는 "사학법 통과는 무효"라고 외쳤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을 통해 "국기를 뿌리째 흔드는 악법 중 악법인 사학법은 불법 처리됐으므로 원천 무효"라고 결의했다. '불법 처리'를 주장하는 근거로는 △대리투표 △의장의 불법사회 강행 △회의장 원천 봉쇄를 들었다.
한나라당은 특히 "불법 사회를 강행한 국회의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앞으로 현 의장이 사회를 보는 회의에는 한나라당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혀 향후 임시국회까지 대치정국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본회의 일정을 거부할 경우 새해 예산안, 비정규직법안 등 주요법안에 '반쪽짜리' 처리가 불가피하다. 한나라당 의원 전원은 일단 항의의 표시로 10일 오전까지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또 "사학법에 대해서는 헌법 소원을 내고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결의해, 사학법 반대 단체들과 연대한 '장외투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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