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그룹에 배정된 아드보카트호의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내년 펼쳐지는 독일 월드컵에서 1차 목표인 16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추첨이 중요하다. 최소한 제1그룹에 배정된 전통적 축구 강호들도 모두 두려워하는 제3그룹의 네덜란드, 체코, 포르투갈을 피해야 심리적 부담감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대 월드컵 조추첨 결과를 살펴보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최악의 상황을 맞았었다.
1986년에는 전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와 '불세출의 스타'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 불가리아가 한국과 같은 조로 편성됐다. 1954년 월드컵 처럼 이 대회에서도 한국과 같은 조에 있던 아르헨티나가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1986년 월드컵에서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은 상대 팀에 대한 전력분석도 제대로 못 했을 정도로 '우물 안 개구리'이기도 했지만 조추첨 결과가 발표된 뒤 선수들이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라는 '이름값'에 주눅 든 탓이다.
1986년 월드컵에 참가했던 조민국 현 고려대 감독은 "처음에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하는 데 마라도나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정말 힘 한번 못 써보고 진 경기였다"고 당시 선수단의 분위기를 회상했다.
조 감독은 아르헨티나에게 혼쭐이 났던 기억 때문인지 "한국이 유럽에 비해 남미에 강하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남미 팀을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울 것 같다. 한국이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개인기가 뛰어난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두 번이나 졌던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 감독과 함께 1986년 월드컵에 참가했던 변병주 현 청구고 감독은 "멕시코 월드컵 때 팀 전력의 50%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왜 그렇게 상대 팀에 얼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변 감독은 "당시 월드컵에 참가했던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강한 개성을 갖고 있는 훌륭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차범근, 허정무 선배를 제외하면 유럽 무대를 경험한 선수가 없어 경험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변 감독은 끝으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에 4강에 오른 만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상대 팀을 주눅들게 할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월드컵 조추첨의 결과는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죽음의 조'에 포함될 경우 선수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감은 매우 커진다. 반대로 비교적 해볼만한 팀과 같은 조가 되면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1986년 월드컵 당시와 현재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다른 팀들의 시선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기점으로 분명히 달라졌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집계한 포인트에서 한국이 37점으로 32개 독일 월드컵 참가국 중 11위에 오른 사실 만으로도 잘 알 수 있다.
1986년 월드컵 같은 최악의 조편성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에 한국이 '죽음의 조'에 들어간다면 반드시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조추첨은 10일 새벽 4시30분(이하 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노이에 메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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